"사랑합니다."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아이들의 달콤한 사랑 고백이다. 나는 작년부터 아이들과의 새학기 첫 만남 인사를 `선생님은 달인이다` 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내가 달인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교육의 전문가인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 작아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 말을 학생들 앞에서 하는 순간 달인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는 이전과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학교는 전국적으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 사업이 시작되던 첫 해, 사업 추진 초등학교 세 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 될 만큼 경제적으로도 기초학력 부진률로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학교였다. 2년 만에 다른 학교로 전근 신청을 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발령이 났고 아쉬움 보다는 후련함이 더 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송별회에서 작별의 잔을 드리는 순간 교감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조부장님,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 곳으로 가지만 시작한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가니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빚진 사람처럼 마음이 무거워질 거에요."

하루 하루가 힘들었던 그 당시에는 그 말씀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홀가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했던 체증이 점점 더해지면서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 답답해졌다. 다시 4년이 지나서 나는 이 학교로 오게 됐다. 출근 첫날 현관에서 만난 아이들은 내게 인사를 건냈다. "사랑합니다" 사랑 고백을 한 두 명도 아닌 올망졸망 귀여운 저학년 학생부터 걸걸한 변성기 목소리의 고학년 남학생까지 수 십 여명의 아이들에게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듣는데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곳에서도 오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전 학교에서 나를 괴롭혔던 체증은 이제 말끔히 사라졌다. 나는 오늘도 저 복도 끝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성큼성큼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내가 문을 연다. 이제 곧 아이들은 또다시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랑 고백을 할 것이다.

"사랑합니다."

"선생님도 사랑합니다."

조정희 대전 산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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