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경부선 철도 대전역이 개통하면서 출발한 근대도시로서의 역사 112년, 1949년 지방자치법이 공포되면서 출발한 행정구역 시로서의 역사 70년, 1989년 상주인구 100만 명에 이르게 되면서 직할시로 승격된 지 30년의 시간동안 대전은 수많은 위상을 얻었다. 중부권 거점도시, 70개의 연구소를 가진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과학도시, 육·해·공군대학 및 육군군수사령부가 위치한 국방의 중핵도시, 17개 대학과 전체인구의 10%가 넘는 교육연구 종사자를 보유한 교육도시,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행정도시, 누구나 정착하여 살기 좋은 포용의 도시 등 대전이 가진 그간의 이미지를 보면, 대전이 미래경쟁력 전국 1위 도시라는 평가를 받음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반면, 대전에도 수많은 위험요인이 있다. 충남도청의 이전, 수도권 인접도시의 폭발적 성장, KTX 오송역 개통 등으로 인해 중부권 거점도시로서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는 대전의 상징으로서 부족함이 없으나 연구개발특구가 대전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얼른 생각나지 않는 일이다.

더불어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는 행정도시로서의 대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대전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고, 수많은 인재들이 지역의 대학을 등진 채 서울권 대학으로 향하고 있다. 과거 국가 성장동력을 견인해 온 우수한 인재들이 가득한 연구소들의 불빛이 점점 시야에서 희미해지고 있으며, 포용성과 양반기질이라는 이유로 포장된 정치적 관대함은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으로부터 홀대의 파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대전인구가 정체되어 있고, 큰 연구소들과 기업들이 떠나고, 오래된 유명호텔이 문을 닫는 것을 지금 우리는 마냥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은 보고, 듣고, 즐기고, 먹을 만한 것이 없다"라는 말도 꾸준히 나온다. `위기`다.

대전을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위기라는 인식 위에 대전의 도시성에 대한 정확인 진단과 처방이 지금 필요하다. 도시철도를 시급하게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도시가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기업유치를 통해 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주장은 지리적 여건이 다른 기업도시를 흉내 내려 하는 것과 다름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이름난 도시들은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의성, 다양성, 상상력을 동원하여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경우들이다. 스페인의 폐광도시 빌바오는 도심하천을 정화하고, 경관교량을 설치하고 수변공간에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신축하여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가까운 일본의 가나자와현, 요코하마는 도시의 역사성을 살려내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관광객들은 나이트클럽으로 변신한 제철소와 예술촌으로 다시 태어난 방직공장에 감탄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스스로 감탄할 수 있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까? 도심환경에서 우리는 대전의 도시성을 찾아 이를 데이터 베이스(DB)화하고 분석하여 이를 통해 대전다운 대전만의 전략을 만들어 내야한다. 대전의 센트럴파크 둔산대공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3대 하천, 보문산, 계족산, 구봉산, 장태산 휴양림, 월평공원, 유림공원 등 자연환경, 문화예술의 전당, 시립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등 문화예술 환경,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 연구개발특구, 70개 연구소, 17개 대학, 3군 대학 등 교육연구 환경, 특색있는 원도심 중앙로, 엑스포과학공원 등이 그것이다.

이제 대전이 다시 서야한다. 대전이 울산 같은 기업도시가 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첨단과학과 문화예술, 창의적인 인재와 교육환경 등이 함께 어울어진 대전만의 색깔을 가진 대전의 보물을 만들어 오감이 행복한 도시, `대전`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고, 이것은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양홍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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