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돌아왔다 (우선호 감독)

범상치 않아보이는 소재인 `시체`. 그러한 소재를 선택한 영화 역시 범상치 않아보인다. 제목만 보면 피깨나 흘리는 좀비 영화 혹은 호러 영화로 오인(?)하기 쉽지만,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범죄드라마를 표방한다. 여기에 진오 역을 맡은 류승범의 웃음 유발 코드가 어우러지면서 다소 유쾌한 장르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는 특히 예스24, 인터파크 등 각종 예매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에 등극하면서 첫사랑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축학개론`과 200만 관객을 돌파한 `화차` 등에 이어 웰메이드 한국 영화 릴레이 흥행에 동참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모든 것을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이는 엘리트 연구원 현철(이범수)은 연구소 기밀을 해외에 넘기려고 하는 김택수 회장에게 부당 해고된다. 다른 직장을 다닐 생각이었던 현철은 연구소를 살리려고 노력한 진수(정인기) 선배가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마음이 편치 않은 현철은 아버지를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김 회장 일행을 협박해 치료비를 받아내려는 동화(김옥빈)를 만나 고민 끝에 시체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한 그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인물 진오(류승범)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치열하고 대담한 쟁탈전을 그린 범죄사기극은 `시체`라는 신선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이들이 펼치는 예측불허의 플레이가 젊고 독창적인 감각으로 잘 버무려졌다. 시체를 훔치려는 2인의 범죄극으로 시작하지만 예기치 못한 인물들의 등장과 배후에 숨겨졌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점증적 구조로 탄탄한 얼개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시도 쉴 틈 없는 긴장과 예측불허의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 속 시체를 훔치려는 자와 시체가 되어버린 자 그리고 시체를 쫓는 자 등 원하는 것은 오로지 시체지만 제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펼치는 갖가지 사기와 범죄, 추격의 릴레이는 허를 찌르는 반전의 연속으로 짜릿한 쾌감을 준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앙상블이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인다. 최근 인기 드라마에서 구수한 사투리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이범수와 독특한 매력으로 영화계의 흥행신화를 이끌어오는 류승범 여기에 강렬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개성파배우 김옥빈까지 탄탄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탄탄한 연기력에 최고의 개성을 지닌, 충무로 명품조연진 정만식, 신정근, 고창석, 오정세, 유다인 등이 총출동 했다.

`정말 큰 내 마이크`로 2005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우선호 감독은 처음으로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아 끝까지 알 수 없는 난장판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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