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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와 넬슨 만델라

2012-03-27기사 편집 2012-03-26 2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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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곧은소리-자유·인류평등 노벨상 공통점 핵안보회의 비전 제시 기대

넬슨 만델라와 버락 오바마 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점이 같고 피부색이 같으면서 똑같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만델라는 27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치는 피나는 옥중투쟁의 결과로 얻은 영광의 자리였으나 오바마는 감옥과는 거리가 먼 위치에서 순수한 자기계발로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였다는 점이다.

만델라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집무한 지 불과 10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그에게 노벨상이 수여된 점에 대해서는 세계가 다 놀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또한 여간 의아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었다. 평화상을 수여할 만큼의 어떤 역할을 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르웨이의 노벨상위원회가 오바마를 수상자로 선정 발표한 내용을 보아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외교와 사람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 놀랄 만한 노력을 했고 특히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 오바마의 노력으로 … 민주주의와 인권은 강화될 것이다." 수상 이유라고 밝힌 것 중에 어느 내용 하나 확실하게 꼭 집은 것이 없다.

만델라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그의 경우에는 분명히 남아프리카에 수백 년 동안 존속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인종차별에 대한 끝없는 저항과 투쟁과 투옥으로 점철된 인생이 있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전 세계 인류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엄한 인간의 모습을 시현해 낸 공로가 있었다. 종국에는 백인 출신인 데 클레르크 총리와의 아름다운 협조를 통해 인종차별을 없애는 헌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세계가 찬사해 마지않는 뚜렷한 업적으로 하여 데 클레르크와 함께 평화상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런 인생역정의 길을 걸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백인과 다름없는 엘리트에로의 길을 서슴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을 뿐인 것으로만 우리는 인식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유를 찾아 이민 온 사람들의 나라다. 미국 국민은 그 자유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세운 나라 국민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예제를 선호했고 그 폐지를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남북전쟁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노예 문제는 심각하였다.

링컨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처음에 한 취임연설에서는 "나는 노예제가 실시되는 주들의 노예제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간섭할 의도가 없습니다"라고 천명하였다. 노예 문제는 미국 남부와 북부 간의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들 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고 전쟁을 피하는 수단으로서도 링컨은 부분적으로나마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처지에 있었다. 다시 말하면 노예제도를 인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남·북 간의 전쟁만은 막고 싶었던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때에 1863년 1월 1일을 기해 노예를 해방시킨다는 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흑인들에 대한 백인들의 무시와 멸시는 그 뒤에도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식당에서 버스에서 학교에서 화장실에서 심지어는 공원에서도 흑인은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살았다. 그 차별대우에서 얼마나 많은 모멸감과 좌절감을 맛보았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를 갈망했을까? 이러한 때에 오바마는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장벽을 지혜와 용기와 의지 하나로 서슴없이 허물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2008년 11월!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국 역사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다. 그의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보여준 많은 미국 흑인들의 열광과 눈물을 통해 필자는 그가 왜 평화상을 받게 되었는가를 그제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국의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미국도 이제는 흑백 개념을 넘어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것이다.

남아프리카에서 만델라와 데 클레르크 총리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것처럼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도 그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들과 함께 수상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참석하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그의 '비전과 노력'이 돋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강대국과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이룩해 내야 할 인류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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