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군주인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시기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쓰고도 달콤한 한잔의 커피에서 씁쓸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위로했을 조선의 마지막 군주, 영화는 그의 곁에서 매일 커피를 내리던 바리스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1896년 2월 추운 겨울 날, 폭 2m도 안 되는 좁은 길을 통해 고종(박희순)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황급히 피신을 하게 된다. 아관파천의 시기, 고종은 매일 아침 따냐(김소연)가 내려주는 커피로 외로움과 불안함을 달랜다. 따냐는 러시아에서 유럽 귀족에게 숲을 팔아 치우던 사기꾼으로 또 다른 사기꾼인 일리치(주진모)와 함께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조선으로 잠입한 여자다. 자신의 커피를 음미하는 고종을 바라보던 그녀는 어느새, 시대의 계략에 의해 고종을 암살하는 계획에 휩쓸리고 마는데….

영화는 무엇보다도 사극이면서, 사극 같지 않는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국적인 러시아 공사관을 배경으로 클래식한 슈트와 드레스, 다양한 커피 도구가 등장하면서 동서양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커피가 주요 소재인 만큼 스크린 속에서 만들어지는 커피는 그 색과 소리를 통해 영화보는 내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감독이 커피애호가로 알려져있는 만큼 커피 문화에 대해 세세히 공을 들인 부분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왕실의 커피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의 `수동 커피 밀`, 터키식 커피포트 `체즈베`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커피 소품들을 수집했다. 또한, 제작진은 전국의 커피 애호가들을 만나 그들의 집기를 빌려오고 자문을 구했다는 후문.

배우들의 노력의 흔적도 엿보인다. 특히 특유의 아름다운 보디라인이 돋보이는 모던한 드레스와 전통적인 궁녀 복으로 눈길을 끄는 김소연은 15년 전 영화 `체인지`에서 학생 역을 맡은 이후 첫 성인영화에 도전했다. 그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12년 경력의 베테랑 바리스타로부터 핸드 드립 기술을 전수받기도 하는 등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감독은 `따냐`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소설과는 달리 그녀의 연인 `일리치`, `고종`과 그의 바리스타, 그녀를 조종하는 `사다코` 등 인물의 관계도를 확장시켜 나갔다. 멜로부터 액션과 첩보, 미스터리가 잘 버무려진 웰메이드 영화에 한 표.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취재협조=롯데시네마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