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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의 전쟁, 이겨야 한다

2011-10-29기사 편집 2011-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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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이나 깡패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얼굴이나 몸에 흉기 자국이 남아 험상궂게 생겼거나 몸에 문신을 한 건장한 남성이 연상된다. 그들 중에는 동네에서 시비를 걸고 푼돈을 뜯어가는 양아치 같은 조무래기 폭력배도 있고, 유흥업소에 기생하면서 돈을 뜯어내어 사우나탕이나 골프장에서 소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악의 조폭집단은 조직을 유지하고 돈을 벌기 위해 청부살인, 폭력, 마약, 금품갈취 등 어떠한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오늘날 조폭의 이미지는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인터넷의 검색 1위 항목이 ‘조폭’이며 청소년들이 가장 바라는 직업이 조폭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이러한 조폭신드롬은 한때 유행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폭을 ‘의리’를 중시하는 집단으로 묘사하거나 영웅시하며 조폭의 이미지를 대단히 멋있고 아름답게 연출한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조폭은 어제의 조폭이 아니다. 단순한 주먹들의 조직이던 조폭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진화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카지노사업에 진출하여 돈맛을 본 조폭들은 80년대엔 유흥업소·나이트클럽·안마시술소로 손을 뻗치면서 ‘마피아형’으로 발전했다. 조폭들은 몇 차례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생존하기 위해 합법적 돈벌이에 눈을 돌린 것이다. 오락실·경마·재건축·사채·벤처기업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회사 자금 빼돌리기와 주가 조작 등 기업적 조직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일본의 야쿠자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조폭도 합법을 가장한 범법행위로 사업을 운영하고 조직을 확대해 온 것이다.

최근에는 조직폭력배 선발방법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얼마 전 일망타진한 조폭의 조직원 선발 과정을 보면 까다롭기로 소문난 사관학교 생도 선발보다 더 엄격할 정도다. 얼굴에 흉기 자국이 남아 험상궂게 생겼거나 배가 나온 거대한 몸집의 남성은 선발시험에 합격하기 어렵다. 폭력조직들이 ‘일류조폭’으로 거듭나려고 조직원 영입 때 얼굴과 몸매 등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국적인 조폭으로 성장하려면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종 격투기와 운동으로 다져진 신체와 175cm 이상의 키, 잘 생긴 외모 등을 조직원 가입 조건으로 내걸었다. 아무리 싸움을 잘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더라도 얼굴에 흉기 상처가 있거나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생김새라면 웬만해선 합격하기 어렵다. 이제는 조폭에 가입하기 위해서 성형수술이라도 해야 될 판이니 자다가도 웃을 일이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인천의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건을 계기로 폭력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 일명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경찰총수는 총기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조폭이 근절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과거 여러 차례 조폭과의 전쟁을 치렀지만 조폭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경찰을 비웃으며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조폭은 근절되어야 할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경찰이 조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찰총수의 강한 의지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경찰관들이 마음 놓고 조폭을 척결할 수 있는 여건마련이 필요하다. 일례로 조폭 동향 파악을 위한 첩보 수집도 내부 규정이나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로 인해 어려운 실정이고, 범죄자에 대한 실력행사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진 총기사용이 불법이라는 민·형사상 판결이 잇따르면서, 현장경찰관들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가 극히 위축되어 있는 현실에서 경찰관에 대한 엄벌주의만 가지고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최근 범죄의 양상은 갈수록 광역화, 기동화, 조직화되고 있고, 양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범죄양태 또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범화, 전문화, 흉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대응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공권력이 되기 위해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번 조폭과의 전쟁이 조폭을 척결하는 종결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비롯한 경찰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권력 집행의 약화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안녕과 평온의 문제다. 공권력이 권위를 잃으면 결국 피해는 법을 지키는 사회적 다수에게 돌아온다. 조폭이 경찰관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살벌한 사회가 된 만큼 공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구체적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윤환(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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