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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구원한 콧물 한 방울

2011-09-08기사 편집 2011-09-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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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연의 생명공학 이야기

미생물로써 다른 미생물의 번식을 막는 물질을 ‘항생물질’이라고 하며, 이 항생물질로 된 약제를 ‘항생제’라 한다.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을 때 복용하는 약에는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류를 구원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페니실린(Penicillin)은 과거 과학자들의 전염병 대책 과정에서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든 항생물질이다.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페니실린의 발견은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의 업적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접시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22년 어느 날, 플레밍은 노란 세균이 증식된 배양접시를 관찰하고 있었다. 감기 탓인지 흐르는 콧물을 훌쩍이다가, 그만 콧물 한 방울(눈물이라는 설도 있다)이 배양접시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당시 그는 무관심하게 지나쳤다가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배양접시를 살펴보는데, 콧물이 떨어진 부분만 세균이 없이 깨끗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밍은 콧물 속에 세균은 분해하지만 인체에는 해가 없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이 물질을 ‘라이소자임’이라 명명했다.

6년 뒤인 1928년 여름, 플레밍은 세균의 한 종류인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배양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배양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곰팡이가 배양접시 위에 자라 있고 곰팡이 주위에만 포도상구균이 번식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불순물이 들어간 배양접시라며 버렸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곰팡이로 오염된 배양접시를 유심히 관찰한 후, 곰팡이가 세균의 생장을 막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평소 항균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전의 라이소자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의 곰팡이를 배양하여 포도상구균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푸른곰팡이의 배양물을 1000배 가까이 희석을 해도 포도상구균의 증식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푸른곰팡이가 생산해 내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 곰팡이는 페니실리움(Penicillium) 속에 속했으므로 그 이름을 따서 곰팡이가 만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불렀다.

페니실린은 포도상구균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세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나타냈다. 특히 연쇄상구균, 뇌수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 등 인간과 가축에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에 효과가 컸다.

이와 같은 획기적인 발견에도 불구하고 플레밍을 실망시키는 실험 결과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페니실린의 상용화에는 중요한 장애물이 있었다. 그 장애물은 바로 페니실린을 약품으로 정제하는 것이었다. 곰팡이를 직접 인간에게 투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페니실린을 정제해야 하는데 그 정제과정이 플레밍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채, 페니실린의 존재는 역사 속에 묻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플레밍의 위대한 발견은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의 병리학자인 하워드 플로리와 독일 출생 영국의 생화학자인 언스트 체인 덕분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플로리와 체인의 연구 끝에, 페니실린을 정제하여 순수한 페니실린 분말을 얻는 데 성공했다. 정제된 페니실린은 동물 대상 실험뿐 아니라 인간 대상의 임상 시험에서도 성공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페니실린은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대량 생산과 상용화에 성공하여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4년부터는 민간에도 사용돼 수많은 전염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페니실린의 개발자인 플레밍과 함께 플로리와 체인은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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