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신작-최종병기 활(김한민 감독)

빠르다. 역동적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올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주자 ‘최종병기 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수작’이라는 극찬을 얻은 영화는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으며 새로운 흥행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 최고의 신궁이자, 역적의 아들인 ‘남이’는 어릴적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활 한 자루로 누이동생 ‘자인’을 지키며 살아간다.

어렵사리 맞이한 자인의 혼인날, 가장 행복한 순간에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의 습격으로 자인과 신랑 서군이 포로로 잡혀가고 만다. 남이는 자인을 찾아 험난한 추격전을 거듭하고, 청 장수 쥬신타와 숙명적인 대결을 벌이게 된다.

‘최종병기 활’은 액션 대작 사극의 새 지평을 연 드라마 ‘추노’의 ‘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칼이 아닌 활로 어떻게 박진감 넘치는 활극을 펼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영화 중반부에 이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호쾌한 관통의 쾌감이 느껴진다. 이는 김한민 감독이 활이 날아가는 순간의 시청각적 쾌감을 너무도 잘 살렸기에 가능했다.

날아가기 직전에 시위에 팽팽히 당겨진 화살의 긴장감, 화살을 활 시위에 한번 더 감는 모습, 시위를 벗어난 화살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장면, 적의 급소를 정확히 명중시키는 장면 등은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나오게 만든다.

숨 가쁘게 넘어가는 컷도 속도감을 한껏 밀어 올린다. 남이의 화살에 청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식상해질 즈음엔 도끼와 장검이 날아든다. 계곡을 가로지르고 절벽을 맨몸으로 뛰어넘는 정예 군대의 모습은 곡예에 가깝다.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함이 느껴진다.

남이가 포로를 구하고, 자인과 해후하는 과정을 넋 놓고 보다보면 영화는 어느새 후반부로 접어든다. 그만큼 영화는 관객들이 딴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또 사실감과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고증에 공을 들인 것도 엿보인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만주어 대사를 도입했으며, 청나라 군인들의 복식과 무기도 큰 볼거리다. 특히 청나라 왕자 도르곤의 이국적인 막사와 그 안의 화려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변발을 감행하고 만주어 대사를 외우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열심히 익힌 배우들의 열정도 영화의 장면 장면에 빛을 더했다.

영화는 전통 액션 활극답게 서사나 드라마의 비중보다는 추격전과 화살 전투 등 액션 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최초로 사용됐다는 ‘펜텀 플렉스’ 카메라(초당 최대 2800프레임까지 촬영 가능한 고속 카메라)는 휘어들어가는 화살의 움직임과 활 시위가 끊어지는 장면 등을 생생하게 찍어냈고, 공중에서 화살을 따라가며 찍는 ‘프로펠러 와이어 캠’은 날아가는 화살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담아냈다.

후반부 30여분간 쥬신타가 미친 듯이 남이를 추격하고 남이가 숨가쁘게 쫓기는 와중에 쥬신타의 측근 무사 대여섯 명을 차례차례 활로 맞히는 과정은 그야말로 입이 쩍쩍 벌어진다.

난세 영웅들의 지나친 비장감과 웅장한 배경음악이 다소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으나, 몰입을 크게 방해하진 않는다.

김한민 감독은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에 이어 연타로 관객들의 뇌리에 확실한 인상을 남길 것같다.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취재협조: 롯데시네마 대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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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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