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배재대 러시아학과 4학년

러시아라는 나라는 많은 이들이 생각하기에 아직까지는 문화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공산주의의 뿌리가 사람들에게 박혀 있어 무서운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저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 평가했을 때 하는 말일 뿐이다. 러시아어를 전공하면서 이 같은 면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러시아를 다녀오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토대로 말하자면 러시아는 정감이 가고 사람들도 인성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 크라스노야르스크라는 도시에 있는 시베리아 연방대학교의 교환학생으로 선발됐다. 러시아 하면 크게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대도시들에 대해서만 자세히 알고 있었지 시베리아라는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서는 깊이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도착할 때까지 기나긴 여정이었다. 두 번의 공항을 경유하여 최종 목적지인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도착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온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재미있었다. 한국에서의 원어민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언어의 실질적인 빠르기라든지 학생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수업패턴은 한국에서의 수업과는 전혀 다른 패턴이었기에 좋았던 것 같다.

러시아어 공부 외에도 주변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돌아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스탈브이라는 바위산이다. 그곳에 러시아 친구들과 다 함께 등산을 간 적이 있었는데 바위산의 웅장함에 경건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마치 뭐랄까 꼭 설악산과 비슷한 절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이다.

아카젬고라드라는 곳에 가서 친구들과 다 같이 샤슬릭 파티도 하면서 놀았는데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수업이 끝날 때면 교수님 인솔하에 견학을 자주 가곤 하였다. 장난감 공장도 가보고 맥주 공장, 레닌의 정취가 남아 있는 박물관이며 러시아의 민속촌 같은 곳 등등을 다니면서 시각적으로 보고 경험한 것들이 많았다.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러시아 사람들은 항상 자신감에 차 있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도전을 좋아하며 주관이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더 뚜렷한 것 같았다. 러시아 사람들의 자신감이 은근히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하는 러시아에서만 할 수 있는 많은 문화체험들을 해보면서 다시 한 번 러시아라는 나라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또한 직접 그 나라에 가서 보고 체험하며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학생들이 시베리아는 러시아에서도 단절되어 있어서 가기 두렵다고들 하는데 오히려 시베리아라는 곳을 추천해주고 싶다. 시베리아는 블랙홀 같은 매력을 지닌 곳 같다. 뒤로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러시아에서의 경험들을 토대로 러시아 공부의 방향을 더욱더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러시아로 가서 그 나라의 새로운 것들을 더욱 배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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