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령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교수)

한동안 장맛비가 무섭게 전국을 적시더니 요 며칠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고 화창한 전형적인 한국의 여름날이 지속되고 있다. 날씨의 변덕스러운 변화를 보면서 왜 세상 사람들이 흔히들 세상사에 빗대어 “흐린 날도 있고 갠 날도 있다”라고 말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지난 4일, 배재대에서는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른 그런 행사가 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주최하고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주관하는 ‘국외 한국어 전문가 대상 초청 연수’ 개회식이 열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장맛비가 그친 화창하게 갠 날에 세계 각처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알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안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이렇게 달려와 있다. 이제 한국은 세계 많은 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번 연수는 여기저기서 흔히 봐왔던 기존의 학자 간·학문 간 교류를 위한 연수나 요식적 관행으로 치러지던 행사를 위한 행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의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화의 역량을 기반으로 하여, 한국학 관련 연계학문 개발과 한국문화 콘텐츠 개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배재대가 지방대학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 속에서 불고 있는 한류 문화의 확대보급의 상징적 역할을 할 ‘국외 한국어 전문가 초청 연수’를 수행하게 된 것은 자생적 친한류·친한국어 세대 해외 젊은이들에게 전문적인 한국어 및 한국문화 지식과 교수법을 제공하여, 세계 곳곳에서의 한국문화 열풍이 뿌리를 단단히 내리게 하는 데에 자양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실제로 연수자들의 면면이 실질적인 차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 전도사들이라는 점은 큰 의의가 있다. 무조건 한국이 좋아서, 혹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빠져 한국어로 그것을 향유하기 위해서, 혹은 한국으로 취업해오려는 자국민들의 보다 나은 앞날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삼기 위해서, 또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자국 문화에 접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등등 너무나도 다양한 한국어 학습의 목적을 안고 한국어를 배워, 그것을 각자의 나라에서 실현해나가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한류 전도사들이, 더 제대로 잘 알고 잘 가르쳐보겠다는 꿈을 안고 지금 이 대전에 속속 모여든 것이다.

특히나 이번 연수는 세계 20개국 51명의 연수생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국가에서 참여하고 있다. 최근 매스미디어와 유튜브 발달의 영향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도 한류 열풍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데 이번 연수에도 스웨덴, 스페인, 헝가리 등 유럽 국가(이란 포함)에서 소장 한국어 전문가들이 참가하고 있어 그들의 입을 통해 한류의 현황과 그 파급 효과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현주소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K-팝이나 한류의 열풍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 심화될 문화로 정착되게 하는 데 이들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미얀마 참가자들의 경우 한국 드라마나 가요에 흥미를 느껴 제대로 향유하고 싶은 욕구에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이 전공으로까지 발전하였으며, 그 전공은 결국 한류 문화 번역과 교육 제공이라는 직업으로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다양한 전파와 그 발전의 양상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태국의 경우 올해부터 한국어를 중고등학교의 정식 제2외국어로 채택할 정도로 한국어 교육의 저변 확대가 많이 된 나라이다. 나아가 올해부터 태국 정부가 한국 교과부에 한국어교원을 정식으로 요청해서 전국 60여 명의 한국어학과 졸업생이 태국으로 건너가 중고교 한국어 교사로 활약할 예정에 있다. 이는 한류 문화의 열정적 유입과 활발한 현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드디어 악천후를 뚫고 갠 날을 맞이했다. 그리고 세계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해가고 있다. 역사의 빗줄기 속에서 세계의 동정을 받던 나라에서, 많은 세상 젊은이들이 미래의 꿈을 꾸고 실현시키는 데 도움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한국문화와 한국어의 세계 보급과 현지화를 실현시켜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화창한 갠 날을 함께하며, 한국과 한국 문화, 한국어가 그들의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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