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6 23:55

軍 비리에 무거운 철퇴를

2011-07-05기사 편집 2011-07-05 22:00: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전 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문제를 삼성그룹 내부 문제로부터 짚고 나섰다. 재벌기업의 총수가 부정부패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나오는 일은 여간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다. 비리의 유형에 있어서도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건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의 이야기를 하기가 미안하지만 다른 데도 똑같다”는 말을 곁들였다.

이와 때를 맞추어 이명박 대통령도 얼마 전 장차관 워크숍에서 미리 준비한 토론 내용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나라가 온통 비리투성이라고 질타하면서 “공직부패가 한계에 왔음”을 실토하였다.

차제에 필자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야말로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자정(自淨)운동을 벌여 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한 번쯤 태풍이 모든 쓰레기를 쓸고 가듯이 쓸어 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 정부는 공정사회를 지향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정부패문제를 척결하는 작업부터 시작했어야 옳다. 공정사회를 말하면서 부정이나 부패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빈말이다. 공정사회란 결국 부정이나 부패가 없는 사회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리나 부정 부패문제를 다룸에 있어 가장 과감하고 가장 철저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국방 분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지켜주는 군사부문이 비리나 부패나 부정에 물들어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면 60만 대군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보도되고 있는 내용만 간추려 보아도 해괴망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태 때의 사정을 보면 레이더망이나 장거리포나 군사장비가 고장 나서 쓰지 못했다는 보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계이기 때문에 고장도 나게 마련인데 부패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을 보자!

전차로부터 시작해서 자주포 장갑차 소총 등 국산제품으로 된 무기는 하나같이 불량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륙양용 장갑차가 훈련 중에 물에 빠지고 전차의 포신은 사격 중에 터지고 소총은 조준경이 엉망이 되어 생산이 중단되었다. 신고 있는 군화는 훈련 도중에 찢어지고 납품되는 식량은 번번이 불량식품이다. 낙하산은 물론이요 포탄인들 제대로 만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온전할 수 있을까? 방위산업청장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모든 군사장비와 무기와 관련된 비리는 단순한 경제사범으로 다스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량품인 장비와 무기로 잘 싸울 수 있는 군대는 이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군수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 그리고 이를 납품하는 회사 책임자나 이 물자를 검수 수납하는 군 관계자 모두가 한통속이 아니고서는 이런 비리가 있을 수 없다. 다 함께 무거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중국의 국공(國共) 내전 중에 장개석 군대가 모택동 군사에 밀려 대만으로 쫓겨 가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던가를 더할 수 없는 교훈으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군의 사기진작과 생명보호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해왔는가를 깊이 반성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지난 1월 석해균 선장이 해적들과의 대결에서 부상을 입고 귀국했을 때 그가 입원한 병원은 군병원이 아니라 민간병원인 아주대 병원이었다. 이유는 총상(銃傷)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는 그 민간병원을 따라갈 병원이 없어서였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총상이라면 통상 전투 중에 생기는 것! 그렇다면 총상수술은 누가 뭐라 해도 군의 기술이 최고여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결핵이 우울증으로 진단되고 전염병에 대처할 줄도 모르는 군의 의료체계로 과연 우리는 얼마나 강한 군대를 요구할 수 있을까? 장기복무 군의관을 구할 수 없다고 한숨 짓는 것만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다. 지휘체계의 개혁 못지않게 군의 사기진작을 위한 비리척결과 의료체계의 확립도 중요한 개혁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관심 밖에 두었던 분야가 무엇인가를 찾아 어느 한 분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나는 항공기가 어떤 항공기인지도 모르고 또 비행기를 향해 소총으로 대응하는 군은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은현탁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