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코르체바 (중부대 문화산업디자인학과)

내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07년 8월 여름의 끝이었다. 러시아 시베리아지역의 옴스크도시에서 온 나로서는 한국의 날씨가 낯설기만 했다. 그때만 해도 옴스크에서는 영상 4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맞이한 여름은 온도는 낮지만, 왠지 모르게 힘들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한국의 습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 속의 나라, 한국 생활은 시작이 되었다. 나는 처음 교환학생으로 1년을 마치고 2009년 석사과정으로 중부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처음 한국이 준 인상은 한없이 좋았으나, 실제로 내가 학위를 따고,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수업도 대부분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해서 성격상 내성적이라 말이 없던 나에게는 특히 한국어가 늘지 않아 힘든 점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친구를 사귀는 데도 처음에는 간단한 말로 친해질 수 있었으나, 조금 깊은 이야기로 가면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서로 힘들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정말 친한 한국친구가 없는 것 같다. 그 나라의 사람들과, 그리고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즉,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단계를 뛰어넘는 감정의 전달이고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말을 걸어오는 남자분들이 많이 있다. 처음에는 호감이려니 생각했는데, 너무 지나치게 쫓아오거나, 또는 장난을 치는 남자들도 많이 있다. 심한 경우는 내가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줄 알고, 심한 말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친절하고, 적대감 없이 나를 대해 준다.

대학 내에서도 지도교수님들이 우리 부모님보다도 더 날 걱정한다. 학업뿐만이 아니라, 생활 면에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도와주시려 노력한다.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유학 와 있는 내 친구들도 동감하고 있다. 어떨 때는 잔소리도 심하지만 말이다. 한국이란 나라는 그런 것 같다. 정이 있는 나라. 하지만, 가끔은 간섭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나라. 그래서 이젠 따뜻함을 느끼는 나라.

한국은 정말 흥미로운 나라다. 지금까지 중부대학교로 러시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왔거나 석사과정으로 온 학생들이 모두 50여 명이 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을 다시 오고 싶어 한다. 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힘들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재미있는 나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사람들 중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해야 될 것 같다.

6개월 전부터는 한국어를 열심히 안 한 것이 후회가 되어 한국어학당에 같이 공부하고 있는 알료나(같은 지역 출신)와 다니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알아듣고 내 의사도 표현한다. 사실 어떤 때는 무슨 말을 하나 하고 한국말을 모르는 척하고 있을 때도 있지만, 내 내성적인 성격에서 지금처럼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스스로 신기하다.

이제 반년 정도 남은 한국의 유학생활 동안 친한 한국친구도 만들고, 못 가본 한국의 유적지도 가보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접하고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남아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한국의 디자인 또는 그래픽회사에서 정식으로 일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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