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

3·11 동(東)일본 대지진 피해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규모 9.0, 1900년 이후 4번째로 강력했던 이번 지진으로 일본열도는 동쪽으로 2.4m나 이동하고, 지구 자전축이 10㎝ 움직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본이 아무리 ‘지진대국’이라지만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의 5만 배에 이르는, 이런 최악의 참사는 일찍이 없었다. 지난 1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후 65년 만의 최대 위기”라며 일본 국민의 단합과 극복 노력을 호소했지만 피해 규모는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다. 대지진으로 일본 센다이 지역이 초토화됐지만 공항만큼은 제 모습을 유지했다. 그 비결이 뭘까? 바로 오래전부터 가꿔온 해안가 방재림 덕분이다.

센다이공항은 바다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해안가에 조성된 폭 300m의 나무숲이 쓰나미를 약화시켰다. 높이 10m가 되는 엄청난 파도를 숲이 일차적으로 큰 충격을 걸러주었고, 물은 나무 사이로 빠져나왔다.

크고 작은 쓰나미를 겪어온 일본은 이처럼 에도시대부터 태평양과 동해안을 따라 방재림을 가꿔왔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방재림을 조성해온 일본의 지혜와 노력이 쓰나미의 피해를 최소화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치산치수를 국가경영의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다. 정성 들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역사를 보더라도 나라의 흥망에는 산림의 성쇠가 궤적을 같이했다. 고려 말기에는 산림 황폐화로 거의 매년 반복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일어났고, 그로 인한 민생의 피폐와 민심이반은 마침내 왕조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전란으로 소실된 사찰의 복원과 여·몽연합군의 일본 원정을 위한 전함 제작에 산림이 크게 훼손된 탓이다.

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의 산림은 무분별한 벌채와 남획으로 헐벗었다. 이로 인해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산사태가 잦았고 농경지와 주택이 매몰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다행히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은 헐벗은 우리 산림에 하나둘 푸른 옷을 입혀 나갔다. 우리 임업인들이 ‘숲에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갖고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를 심고 가꿔온 덕분이다. 이젠 산림녹화의 성공 노하우와 기술을 동남아와 몽골 등에 수출하고 있다.

잘 가꾸어진 숲은 우리에게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쾌적한 쉼터를 제공한다. 또한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자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는 허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약 73조 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7.1%를 차지하며, 국민 1인당 151만 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산불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부주의와 무관심에 의한 산불은 푸르고 울창한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다. 산불로 황폐화된 숲이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30년 내지 5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산불을 예방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도에서는 숲의 기능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올해 5만250ha의 숲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연 6만8390여 명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산불 발생의 원천적 차단과 적극적인 예방활동에도 나선다. 산림과 연접된 논·밭두렁 2712ha를 미리 소각하고 1230명의 산불감시원을 산불취약지에 집중 배치하는 등 예방 위주의 산불계도에 주력하여 푸르고 아름다운 숲을 보호해 나가겠다.

아울러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로 기후변화에 대비한 탄소흡수원 확충과 경쟁력 있는 임산물 육성,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원녹지 등 녹색공간 조성 확대, 산불과 산사태 등의 재해 방지와 웰빙문화 확산에 맞춘 산촌문화·휴양시설 조성 등을 통하여 사람과 환경이 한데 어우러지고 도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숲을 만들어 나가겠다.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는 말이 있다. 숲 가꾸기는 역사를 가꾸는 일이자 우리와 후손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희망 가꾸기이다. 이제 우리 땅에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주고, 우리 아이들과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푸른 숲 만들기에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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