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겸 문화체험을 다녀왔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기회였다. 처음으로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독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관광이 아닌 학습이 목적이었기에 처음에 세 가지 목적을 잡았다. 일단은 해외로 가는 만큼 최대한 많은 장소를 돌아보는 것과 많은 음식들을 먹어 보는 것,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면 긴장하여 굳어버리는 나의 고질병을 타파하는 것이었다. 일단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비중을 두고 세 번째는 외국인과 대화하려 노력했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처럼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또 전쟁의 아픔을 가진 나라이다. 따라서 관련된 문화유적지가 유난히 많다. 산페드로 요새, 인트라무로스, 리잘파크, 마닐라 성당 등을 방문하며 그곳에 있는 많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필리핀은 1년 내내 온화한 기후와 좋은 자연경관으로 관광지로도 인기가 있다. 또 대부분의 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데 비해 필리핀은 도시 안에 댐이 있을 정도로(퀘존 시티의 Eco Park) 물에 있어서는 관대하다. 관광객이 많은 만큼 쇼핑몰도 잘 발달되어 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가지에 선정된 따가이따이를 비롯해 민도르, 팍상한, SM몰 등에도 가 다양한 토속 음식과 퓨전 음식을 맛보았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구열에 놀랐다. 빈부격차가 큰 영향도 있겠으나 부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규모부터 정말 대단하다. 강남의 학부모들이 많이들 보내고 싶어 하는 유명한 브랭턴은 물론이고, 많은 사립학교가 학생들의 경제 수준과 학습 수준을 평가하며 입학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필리핀의 학생들은 고등학생 때 입시의 압박에 매달리는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 때는 자기 계발에 힘쓰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때문에 필리핀의 대학은 입학하기보다 졸업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그린 힐에 위치해 있는 중국의 화교 전용 학교와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보다 대학교 순위가 높은 UP(필리핀대학)에도 방문하여 학생들의 학구열과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산칼로스 대학에 방문하여 여러 학생들과 친해져 대화도 하고 학교 내 성당(가톨릭 신자가 많아서 대부분의 학교에 큰 성당이 있다)에서 예배도 드려 보았다.

이렇게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왔다. 혼자여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착한 필리핀 현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었고 덕분에 원어민 공포증도 많이 줄어든 듯하다. 직접 발로 뛰고 내 눈으로 보며 경험하고 3주 동안 웃었던 것뿐 아니라 힘들 일도 정말 많았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니 3주 동안 내가 고생한 만큼 나는 그만큼 더 자랐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다시 또 한 번 학교 측에 감사드린다.

이유정(배재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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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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