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이 활발한 산학협력에서 비롯됨을 보여주는 사례는 유럽 강소국들에게서 흔히 찾을 수 있다.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구현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 사이의 선도적인 협력은 미국에서도 대단히 활발하다. 실리콘밸리가 첨단 기술을 재빨리 상용화하고, 나아가 세계 IT산업의 메카가 된 원천은 스탠퍼드대와의 산학협력이었다.

KAIST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 시스템인 ‘기업회원제’를 도입해 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음에도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산학협력의 활성화 전기로 작용할까 기대감이 크다. KAIST의 새 산학협력의 특징은 기왕의 소극적 지원에서 벗어나 대학이 주도적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모델은 미 MIT의 기업회원제(ILPM)다. 연회비를 받고 운영하는 산학협력 시스템으로 1948년 도입했는 데 가입 기업은 미국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캐나다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180개 기업이 회원으로 들어와 산학협력과 함께 공동 연구개발에 나선다. MIT의 우수 인력과 첨단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산학협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산학협력의 중심에 대학이 있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들이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해왔는지는 의문이다. 대학 10곳 중 9곳에서 산학협력단을 설치 운영 중이라지만 산학협력 경험이 있다는 기업은 전체의 절반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갈길이 멀다는 얘기다.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의 제도적 기반 구축을 위해 ‘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한 게 지난 2000년의 일이다. 2003년에는 ‘산학협력촉진법’까지 개정했건만 기업의 볼멘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박사 인력의 절반이 대학에 몰려 있건만 정작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산학협력을 구현하지 못한 탓이다. 대학들은 스탠퍼드대가 산학협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적 명문이 됐음을 다시 한번 되새길 일이다. KAIST발(發) 산학협력 실험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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