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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 대상 한국

2011-02-22 기사
편집 2011-02-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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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한국, 미국 중 어디가 진정한 선진국인지 경영학 이론을 기초로 설명해 줄 분? 저는 오히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 포럼에서 어느 벤처 CEO가 던진 이 한마디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순간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대체적인 반응은 속으로는 ‘웬 뚱딴지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겉으로는 서로 바라보며 웃고 말았던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취지는 좋지만, 한국을 선진국에 당당히 올리는 것도 모자라 세계 최강 미국과 비교해 더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단정했으니 말이다.

정말 그럴까? 2년여 전 선문답처럼 지나쳤던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의 믿음이 자꾸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도록 부추기는 선봉은 다름 아닌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한국의 교육열, 정보통신 수준 등 그가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제시한 미국의 미래로 한국을 인용하는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7월에는 美 미시간주 홀랜드시(市)에서 열린 LG화학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LG 배터리 공장은 미국 미래의 상징”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직접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행사 참석과 감사 발언을 통해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한 셈이다.

10여 일 전에는 미시간주 마르케트시(市)를 찾아 미국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가정의 90% 이상이 초고속 통신망에 가입해 있는데 인터넷을 개발한 나라인 미국은 65%만이 비슷한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의 한국 격찬을 접하면 그가 한국의 홍보대사인지, 명예국민증이라도 수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는 서울 G20정상회의를 성공리에 치렀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일어난 지 60여 년, 유엔에 공식 가입한 지 19년 만이다. 몇 년 전, 아니 여전히 지금도 선진국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우리이니 실로 격세지감이다. 그런 우리나라가 21세기 첫 10년의 문턱에서 닥친 세계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리에 극복한 모범국가로 선진 20개국 클럽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G20정상회의의 좌장으로 의제설정부터 조정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이룬 성과가 담대했고, 특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선진국과 후발도상국 모두의 부러움을 동시에 사고 있는 지구상 보기 드문 국가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의 한국 예찬이 선진국 호평의 사례라면, 후발도상국의 한국에 대한 애착은 60년 한국이 이룬 경제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한류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부러움에서와 같이 성장의 한계를 혁신을 통해 도약하려는 개발도상국들의 한국형 사이언스파크 모델인 대덕특구 벤치마킹은 주목할 만하다. 어느덧 글로벌 혁신클러스터, 사이언스 파크 모델의 대명사가 된 한국형 STP(Science Technology Park)는 경제발전의 모태, 기초 인프라로서 과학혁신도시가 어떻게 조성·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적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연구개발특구의 모태가 된 대덕연구단지의 건설·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조성 배경과 운영 노하우, 향후 발전방안 등을 담고 있는 우리의 한국형 STP 모델 전수에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미 STP 모델 전수교육을 받은 개도국 전문가는 2008년 13개국 18명, 2009년 14개국 17명, 2010년 21개국 39명에 이른다.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인 사업진출의 전 단계로서 이미 2009년에 튀니지와 이집트를 대상으로 STP 조성 컨설팅을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한-카자흐스탄 과학단지 조성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온두라스의 대통령이 바로 오늘 이곳 대덕을 방문해 대덕특구의 성공경험을 교감하는 기회를 갖는다. 온두라스 대통령의 이번 한국 방문이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 과학기술과 경제성장 벤처마킹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모습들을 하나둘 들여다보면 분명 한국이 어느덧 세계가 주목하는 벤치마킹 강국이 되어 버렸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 비해 우리가 부족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 벤처 CEO가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선문답을 떠올리며 미국과 경쟁하는(?) 한국의 흐뭇한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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