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출범에 바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과학기술계 현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논의가 뜨겁다. 특히, 비상설 대통령자문기구였던 국과위가 상설 행정위원회로 격상돼 국가과학기술정책을 기획·조정하고 흩어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 권한을 가짐으로써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과학기술계가 염원하여 이루어진 국과위의 기능 강화가 원활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해야 할 과제가 더 많은 실정이다.

우선 새로운 국과위에는 훌륭하고 우수한 사람들이 와야 하겠다. 현재 국과위 조직 구성과 인선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운영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그 향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인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 국과위를 이끌 리더는 과학계를 아우르고 여러 부처의 협조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정 능력을 갖춘 분이 요구되며, 선임된 리더에게는 국가를 위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국과위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예산의 배분 및 조정권을 가지게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과학 선진국인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일본 종합과학기술회의와 같이, 국가 연구개발 예산 배분 조정을 수행하는 범부처 기구를 갖게 된 것이다. 기존의 국과위가 예산의 배분 방향만 검토·심의하였던 데에 비하여 예산의 배분과 조정 역할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과위가 검토하는 예산의 범위가 모든 국가 연구개발사업이 대상이 아니므로, 후속 시행령에는 예산권에 대한 명확한 명시를 통하여 실질적인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과위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큰 비전과 계획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기획력을 갖춘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분야라는 소규모 차원이 아니라 전 국가적인 R&D체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으며, 부처 간 R&D 연계를 강화하고 유사중복을 막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연구개발 기획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범부처적으로 필요한 기획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수행하던 R&D사업 평가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하게 된 것도 국과위의 중요한 기능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평가로 지쳐 있다고 한다. 평가를 위한 평가, 페널티를 주기 위한 평가가 아닌, 발전적 노력을 유인할 수 있는 평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과위의 전문성을 기대해 본다. 아직 법안 통과가 되지 않은 성과평가에 관한 법률 개정도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출연연 역할 정립 및 개편문제가 남아 있다. 출연연 개편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일관된 정책과 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출연연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혁신의 대상이 되어 왔다. 분명 개선할 점은 있지만 출연연 종사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일할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한다. 출연연의 고급 인재들이 외부환경에 흔들려서 연구에 몰입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출연연의 R&D 질이 떨어지게 되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출연연이 국가연구기관으로서 과학기술의 범부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국과위 기능과 함께 국가 연구개발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체제가 되었으면 한다. 미래 국가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출연연의 임무 재정립, 연구자의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사기진작을 위한 처우개선 등을 포함하는 출연연구기관의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은 행정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학기술계는 국내 과학기술과 관련한 모든 이슈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국과위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국가 R&D 수준과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에 걸맞은 위상과 역할이 국과위에 부여되어야 한다. 오는 4월 새롭게 출범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선진화된 과학기술행정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하는 시스템이 되고, 모든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하면서 행복해하는 과학기술강국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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