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빈 충남남부평생학급관 관장

우리 학습관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한글을 해독하지 못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문해교실을 운영하는데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오빠, 동생에 밀려 배움의 기회를 놓쳤거나 6·25 사변의 혼란 속에서 부모를 잃는 등 저마다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수업 시작 2시간 전인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시각에 시내버스를 타고 가깝지 않은 거리를 가방을 메고 공부하러 오는 것을 보면 그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도 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독일 34%, 일본 46%보다 높은 61%로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이러한 높은 진학률은 대학교까지만 공부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만 하는 평생교육시대가 왔으니 배움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노벨상 수상이 시작된 1901년부터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수상자의 평균나이가 45세였으나, 그 후로 평균 나이가 점점 더 증가하여, 2010년대 후에는 8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한평생 연구하고 공부하여야 제대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육계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는 조벽 교수는 앞으로는 일생동안 평균 직장을 11번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직업을 바꿀 경우에는 완전히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습득하느냐의 문제는 이제 훗날의 유용성을 고려하는 투자의 개념으로 추구되는 게 아니라 먹고 자는 것과 같이 매일 행하는 일상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 공부는 학비를 내고 지식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산적인 활동이 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대의 교육은 일과 순차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함께 병행되며, 소비 행위가 아니라 생산적 행위이어야 하며, 교육자가 아닌 학습자가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교육시스템의 근본적인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굳이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유행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나와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창업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6·25 전쟁 직후 출생한 이른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사회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평생교육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평생교육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라 판단된다. 이제 문맹인이 거의 없고, 컴맹인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 책맹(冊盲)은 오히려 늘어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책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만 주는 게 아니라 삶의 긴 호흡과 너른 시야를 마련해 주며, 그것이 쌓이고 숙성되면 상상력도 창의력도 저절로 자라난다. 책이야 말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가장 경제적인 활동인 것이다.

유비쿼터스사회, 스마트사회 등 우리 삶의 변화에 자기 성찰 없이 쫓아가다 보면 혼란만 있을 뿐 자기 주도적 삶이 없고 사회의 흐름에 편승하는 타의적인 삶만이 존재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비주얼시대라 하더라도 독서의 생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학습관에서도 학생들의 기초 독해력, 어휘력, 분야별 독서력 등 독서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 측정을 통한 독서능력 수준을 진단평가하여 학교 현장에서 독서지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함은 물론 독서체험, 독후활동 등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평생학습 기반이 되는 독서의 생활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학습기관만의 노력으로는 평생학습 시대에 대비하기는 한계가 있다. 가정, 학교, 사회가 연계된 평생학습 시스템이 하루 속히 구축되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논어의 ‘學而’편 첫 구절 ‘學而時習之 不亦說呼’(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처럼 우리 모두가 배움이 기쁨이 되는 생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태빈<충청남도남부평생학습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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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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