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대전시 행정부시장

산은 그 속에 깃든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로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 산이 품고 있는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 그리고 조그만 산사에도 거기에는 전설과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려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옛사람들의 지혜와 철학, 그리고 삶의 흔적이 담겨 있고 온고지신의 소중한 교훈을 차곡차곡 갈무리하고 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산이 간직한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을 공존하게 하고 우리의 미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소중히 간직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대전은 이야기를 통해서 산과 산이 이어지고, 산과 사람이 이어지고, 사람과 자연이 이어지는 산의 도시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보문산 시루봉에서 중구 금동고개에 이르는 9.3㎞의 제1구간을 시작으로 서구 쟁기봉에서 보문산에 이르는 11.5㎞ 제12구간까지 모두 133㎞에 이른다. 바닷가 주변이나 산록부를 걷는 제주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는 달리 대부분 산 능선이나 정상을 걸으면서 시가지 곳곳의 발전상과 대청호수의 자연자원, 세종시의 개발 광경, 계룡산, 대둔산, 저 멀리 겹쳐지는 수많은 크고 작은 산, 호수, 계곡 등 천혜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아이를 묻으려던 효자가 발견한 쌀이 나오는 솥이 묻혔다는 식장산, 보물이 묻혀 있다는 보문산, 너무 아름다워 신선들이 살았다는 구봉산, 용이 산다는 금병산, 아기장수가 묻혔다는 계족산 이야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어 한다. 또 수많은 산성, 산사, 문화재들로 말을 걸어 온다.

겸손히 몸을 낮추고 땀흘려 걸어 볼 때, 둘레산길은 그 비밀스런 이야기를 풀어놓고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 동네가 어디쯤인지, 대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게 되고,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발견하게 되고, 대전을 살았던 사람들과 그들의 정신을 깨닫게 된다.

지난달 직원들과 함께 대전 둘레산길 1구간을 찾았다. 문화관광해설사, 관광협회, 여행사 관계자 등 70여 명이 동행한 산행이었다.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제법 긴 산행이었지만, 보문산 전설, 호서사림 이야기, 세계문화유산 매사냥 이야기, 6·25와 딘 소장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한 산행은 여독을 잊기에 충분했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이제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전에서 촬영한 KBS 2TV의 1박2일에서 소개되기도 했고 계족산 황톳길이 G마켓 e-마케팅페어 ‘대상’을 수상하고 네이버 여행 ‘오늘의 TOP’에 11회 선정되는 등 전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대전 시민들이 둘레산길을 잘 모르고 그 가치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대전의 둘레산길은 가까이 있다. 둘레산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개해 주는 문화해설사들도 있다. 또 둘레산길을 찾아가는 시민 동호회도 여럿 있고 대전시 공직자들도 둘레산길 탐방 동호회를 만들어 둘레산길 재발견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대전의 ‘아름다운 둘레산길’을 널리 알리기 위해 둘레산길의 역사, 문화유산, 인물, 자연, 설화, 구비전승 등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는 ‘대전 둘레산길 스토리텔링 전국공모전’도 개최한다.

머지않아 대전의 둘레산길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대한민국의 안방에서 지구촌의 시민들이 보고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대전의 둘레산길 그 소중함을 찾아 나서 봐야 할 때다. 그리고 둘레산길을 통해 대전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 도시인지를 느껴 보자.

박상덕 <대전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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