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식 연기군수

◇유한식 연기군수 칼럼(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 그리고 세종대왕)◇

세종대왕만큼 과학발전과 문화창달을 통해 위민부국강병을 이룬 제왕이 또 있을까?

세종대왕은 약 600여 년 전에 이 땅에 살다 가신 선조 중 한 사람이다. 재임기간 오로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폈고, 과학을 중시하고 학문을 발전시켰으며 음악과 예술 영역까지 관심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4군 6진을 개척해 영토를 확장하고 백성을 이주시켜 국가균형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왜구의 노략질에 대해 이종무로 하여금 쓰시마섬을 정벌하게 하는 등 내치와 외치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세종의 업적을 살펴보자.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장영실과 이천, 김조 등이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만들 때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12지신 그림을 새겨 넣도록 한 것은 세종이 일반 백성을 위해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활자인 경인자와 갑인자를 만들었고 농사기술을 밝힌 농사직설, 의학서적인 의방유취와 향약집성방을 지어 의학을 발달시켰다. 집현전을 설치해 학문을 발전시켰고, 관습도감을 설치해 음악 발전을 제도화하기도 했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한 것도 세종의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장영실의 발탁이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다. 대신들의 만류에도 과학적인 능력이 탁월한 장영실을 중용했다. 당연히 그 결과로 이탈리아의 B.가스텔리가 발명한 측우기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측우기를 발명했다.

역사는 세종의 탁월한 업적만을 높이 평가해 성군으로 기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역사가는 정파에 연연하지 않는 인재등용, 국가균형발전, 영토를 굳건히 지키고자 하는 단호하고 과감한 국방외교 등 제왕으로서 백성을 위한 정치 등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600여 년 전의 세종대왕의 부활이 일 년 앞으로 다가왔다. 2012년 7월 1일 세종시가 정식으로 출범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종’이라는 지명은 바로 세종대왕의 세종을 뜻한다. 세종으로부터 600여 년간 나라의 수도 역할을 한 서울에서 대한민국 국토 중심인 충청도 세종시로 국가권력이 이동한다. 우리 국민은 세종의 업적뿐만 아니라 위민부국강병을 흠모하며 ‘세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특별광역시 건설에 합의했고 또 기원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600년의 찬란한 역사를 기약하면서 세종시 출범에 정부와 국민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4월이면 국무총리청사가 완공된다. 이어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부 등 9부2처2청 36개 기관이 세종시에 둥지를 튼다.

아마 지하에서 세종대왕도 사진의 이름을 본뜬 세종시 출범에 큰 기대를 하며 흐뭇해할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경사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단체장으로서 아쉽고도 착잡한 심정을 불러일으키는 게 하나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저마다 각각 다른 셈법을 하고 있는 게 그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가 입주하게 되면 그 지역에 주어지는 혜택이 아주 크다. 고용창출과 부가적인 산업발전 등이 파생된다. 눈앞에 놓인 떡이 크고 먹음직스러우면 서로 차지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최근 정치권과 일부 지역에서 행정부처 관계자들까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두고 없는 말을 지어내고, 국민과 약속한 것을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면서 시치미를 떼기도 하고 생떼를 부리기도 하는 등 볼썽사나운 일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태는 국제과학비즈니스가 떡으로 보이기 때문 아닌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정확하게 말하면 세종시 입지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었고 한 발 더 나가 2007년 이명박 후보가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왔을 때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앞세웠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에 입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역사적인 순리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언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세종시는 대한민국 과학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와 의료복합단지인 오송과 오창을 사이에 두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조건과 인적자원의 교류 등 어느 모로 보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세 번째는 지명이 갖는 상징성이다. 세종시는 삼국시대부터 불려 온 ‘연기’라는 지명에서 세종대왕의 ‘세종’을 본뜬 약속의 땅이다. 역대 과학발전을 이룩한 최고의 성군인 세종과 과학비지니스벨트와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세종의 위대함은 정파의 이익을 좇지 않고 오로지 백성을 위한 위민부국을 꾀했던 세종의 현명한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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