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연말과 새해는 눈과 한파로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교통불편 등 생활에 어려움을 주었고 일부 지방은 폭설로 도시기능이 마비돼 희망의 새해맞이는 물론 이동조차 할 수 없었으며 구제역과 AI라는 역병으로 온 나라가 난리를 겪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무리 전염력이 강하다 해도 한겨울에 더욱 창궐한다는 이상한 전염력을 가진 구제역이 새해 벽두부터 전국을 강타하고 있어 얼마나 더 확산되려는지와 살처분과 방역, 살처분에 대한 막대한 보상 등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구제역 방제대책 차원에서 홍성 현지에서 방제작업과 살처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참혹함에 차마 눈 뜨고 보기에는 눈물이 앞을 가려 볼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고 살처분하는 장소의 허술한 관리와 사후처리 또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새록새록하다.

살처분이라는 극약처방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 현장에 있어 보면 깊게 판 웅덩이에 비닐을 깔고 수많은 소, 돼지를 끌어와 포클레인으로 머리를 충격한 다음 웅덩이에 밀어 넣고 석회를 뿌린 후 흙으로 덮는 것이 살처분의 전부이다.

그 과정에서 자식처럼 아끼던 소, 돼지가 죽어나가는 애절함에 통곡을 하는 노부부들도 있고 축산업의 몰락을 한숨으로 숨죽이며 지켜보는 젊은이의 눈동자를 보노라면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한 장소에 많은 소, 돼지를 매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매몰된 소, 돼지가 결국은 썩어 인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그 후유증을 묵과한 채 수수방관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병징(病徵)이 없는 수많은 소, 돼지를 무조건 살처분하는 제도도 무언가 미심쩍음은 그 비싼 한우고기를 그냥 버린다는 아쉬움이 더 강력하게 뇌리를 스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이를 직접 시행하는 담당 공무원의 애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추운 겨울 날씨에 살처분을 직접 집행하고 방역활동 등 여러 날을 현장에서 지내다 보면 개인 건강에도 무리가 올 수 있고 참고 인내하는 데도 한도가 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가축 방역과 사후관리에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다 같이 고민해 보자고 제안해 본다.

과연 지금과 같이 지나가는 모든 차량에 소독약을 무작정 살포해야 하나?

차가 지나갈 것에 대비해 24시간 소독약을 살포할 시 그 소독약 살포에 들어가는 비용과 효용가치를 한번 따져봐야 하고 그 약제가 흘러 인근 하천으로 흐르기도 하고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도시에서 도시로 출·퇴근만 하고 시골(축산업을 하는)에 들어가지 않는 차량에 소독을 한들 효용가치는 반감되고 그 차량은 도시로 가서 소독약 자국을 그대로 둘 수가 없어 이 추운 날에 세차를 해야 하는데 세차비가 만만찮다.

거국적으로 생각하면 그까짓 차 세차쯤이야 하고 넘길 일이지만 과연 도시만 달리는 차에 소독해서 무엇을 얻자는 것인지?

꼭 필요한 장소에서 꼭 필요한 대상에 한해서만 소독과 예방활동을 하도록 해야 하고 가축집단사육지역 주변을 일체 봉쇄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또한 살처분하는 현 제도가 가장 이상적인지?

병징이 있는 가축에 한하여 살처분한다든지 아니면 그 범위를 최소화한 후 혈청검사 등 감염 징후가 없는 어느 범위에 있는 가축은 임시 도축장을 개설하여 아까운 고기를 그냥 매몰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전염이 안 되기 때문이고 생으로 먹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축산시설이지만 농촌소득과 축산업의 위축 등을 고려한 그동안의 축산과 환경정책을 재검토해서 농촌오염도 최소화하면서 전염병 없는 건전한 축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도 획기적인 대책이 수립 시행되길 기대해 본다

지금과 같이 한 번의 구제역이나 AI 발생으로 농촌도 피폐해지고 국가 재정도 거덜나는 상황을 재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1. 1. 10

충남환경기술개발센터 사무국장 이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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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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