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하셨다. 친구들과 여러 나라를 다니며 모으신 다양한 모양의 동전들이 지금도 거실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린 시절, 하루는 생일 선물로 지구본과 세계지도를 내 방에 놓아 주셨다. “외국을 여행할 때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많은 어려움과 특히 외로움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아빠는 그때의 추억들이 지금도 생생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들이었단다. 너도 기회가 된다면 여러 나라 여행을 하면서 더욱 성장하고 많은 나라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소중한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라고 적힌 카드와 함께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지구본과 세계지도.

어쩌면 그때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다소 막연하지만 확고한 꿈이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우리 대학의 3+1 유학프로그램을 통해서 3학년을 호주 자매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해외유학의 꿈이 실현되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전공인 영어를 현지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지만 자유로운 생활, 새로운 문화,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 등을 생각하면서 유학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행복하고 설레었다. 알찬 유학생활을 위해 유학을 다녀온 선배나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면서 밑그림을 그려갔다.

성격이 밝고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문제없었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를 쓰고 싶은데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호주에서 생활하기 위해 그 두려움이라는 벽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생김새와 쓰는 언어, 문화는 다르지만 여러 친구들을 사귀면서 느낀 점은 같은 생각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주로 유학을 온 친구들은 전부 나와 같은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친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익숙한 나라도 있고 이름 자체부터 어색한 나라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나도 누군가에겐 익숙할 수도 또 어떤 이에겐 어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KOREA에서 온 한 여학생이 주변 친구들 통해 나라를 알리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는 세계지도 위에 있는 친구들을 얻을 수 있었고,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값진 보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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