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용균

오랜 시간을 끌어 왔던 충청권 최대 현안인 세종시 설치법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특별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였다. 세종시 법의 통과는 충청인들의 염원이 비로소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과학벨트 법은 지역을 명기하지 않고 통과됨으로써 우리에게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필자는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의 연구시설 설계를 맡아서 추진해 온 과학자로서 또한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역에 과학벨트가 꼭 유치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물리학뿐 아니라 에너지, 첨단소재, 나노과학, 의료,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첨단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하여, 우리나라 노벨과학상 수상자 탄생을 앞당길 수 있는 틀을 마련할 것이다. 이제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중이온가속기 등 첨단 연구장비를 이용하여 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이 결과를 바로 지식산업화함으로써 향후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의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난 12월 3일에는 세종시 예정지인 연기군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한 충청권 공동포럼 행사가 개최되었다. 충남발전연구원에서 주최하여 충청권 3개 시·도가 공동으로 과학벨트 유치를 추진하자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참여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소지역주의를 경계하며, 과학벨트의 혜택을 대전·충청 전 지역과 국가가 공유할 수 있도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치 방안을 수립하고 강력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였다.

왜 충청이 과학벨트 유치의 최적지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과학벨트의 입지 선정에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다. 먼저 첨단 기초 연구 결과가 바로 비즈니스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연구 교육 시설의 인프라가 충분하여야 한다. 따라서 한국 최초의 과학기술 요람인 대덕연구단지와 인접하고, 오송/오창 생명과학단지, 아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단지를 포함하고 있는 충청권이 자연스럽게 최적지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연구시설을 활용할 국내외 석학과 연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접근성이 탁월해야 하는데, 충청권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한두 시간 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청주국제공항이 지역 내에 있어 우수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세종시가 개발되고 있어 우수한 정주 환경을 제공할 것이고, 대단위 부지 확보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질 안정성도 탁월하므로, 충청지역에서 이 거대한 과학적 꿈이 이뤄진다면 최상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 대덕연구단지가 큰 역할을 했음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기계, 전자, 원자력, 화학, 에너지 등의 분야의 기술 자립에 집중 투자한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를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다. 이제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미비함을 적극 보완하여 재도약할 수 있도록, 과학벨트 사업은 반드시 대덕연구단지와 상호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위와 같은 논리에 근거하여 과학벨트 사업의 범충청권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단합된 유치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과학계와 정치권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전, 충남·북의 대학들과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이 뜻을 모아 적극 유치에 힘을 거들도록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충청권 전체가 발전하면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관철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어야 할 것이다.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동포럼에서 유한식 연기군수는,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학벨트 유치가 절대적이므로, 혼신을 다하여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개진하였다. 또한 공동 재원을 마련하여 부지 또는 예산 일부를 부담할 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서 유치 활동이 큰 힘을 얻게 되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틀을 만들 중요한 사업이므로, 충청권이 앞장서서 가장 효율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조속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가 경제를 위한 신성장 엔진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안을 충청권이 선도하여 이끌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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