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헌승(한국화학연구원장)

지난 2008년 8월 15일, 대통령의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처음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이 제시되었고, 그해 9월에 ‘그린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이 발표되었다. 이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 자원보유국들의 거세진 입김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내려진 정부의 정책 결정이었다. 여기서 정부는 9대 그린에너지 기술을 선정하였는데, 화석연료와 관련된 주요 기술 중 하나인 천연가스로부터 합성석유를 제조하는 원천기술 즉, GTL(Gas-to-Liquids, 천연가스액화)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GTL 기술은 천연가스로부터 합성가스를 우선 제조한 후, 피셔-트롭시(FT) 합성법으로 합성가스를 화학적으로 액화시키는 것이 핵심기술로서 액체상태의 석유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 및 제품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기술은 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발간한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항목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이다.

최근 급격한 유가 상승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원유 도입액은 연간 8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GTL 공정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국내 원유 수입량의 8% 정도를 합성석유로 대체할 경우 연간 64억 달러 정도의 에너지 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천연가스를 이용한 합성석유 제조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GTL 기술은 최종 제품이 액상의 제품인 관계로 별도의 운반, 입·출하, 저장 등의 시설을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가스 운반에 따른 원거리 수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제품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즉시 판매가 가능하고 고가에 청정연료를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수요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한계 가스전(stranded gas)의 활용이 가능하여 매장량이 약 1조 입방피트만 확보되어도 LNG 방식과 같이 별도의 운반설비 구축 없이도 경제성 있게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피셔-트롭시(FT) 합성기술에 기반한 GTL 기술은 가스전의 환경개선에 기여함과 동시에 유전에서 발생하는 수반가스(associated gas)를 처리하여 합성 청정연료의 생산이 가능하다.

GTL 합성연료는 유황 성분 및 방향족 성분이 거의 없어서 매연 및 황산화물 배출량이 적고 기존제품과 비교하여 대기 산성화도를 4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또한,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 배출량을 40% 이상 저감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12%가량 저감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GTL 기술 개발에 있어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업체는 기술을 보유한 외국회사와 협력할 수도 있으나 상용화에 이미 도달한 외국의 주요 기술 보유사의 경우, 기술 이전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1차 에너지 중 석유 의존도가 약 46% 정도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GTL 공정을 국내 독자 기술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합성석유를 생산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 고유가 시대 도래와 불안한 세계 석유시장 정황 등으로 볼 때, 독자적인 원유 확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GTL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해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GTL 플랜트 건설 사업에 국내 엔지니어링사, 플랜트설비 제작사 및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서도 국내 관련 기술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래전부터 중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여 GTL 기술의 가장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피셔-트롭시(FT) 합성을 통한 합성가스 액화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 및 공사와 함께 GTL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Korea GTL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TL 컨소시엄의 장기 로드맵에 의하면, 2015년까지 실증단계를 완료하고, 2020년까지는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업체에서 기술 이전을 꺼리는 촉매제조기술, 반응기 설계기술 등의 중점 핵심기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가스전 및 해상가스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콤팩트한 반응공정기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 못지않게 화석연료 청정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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