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지난 10월 28일 제가 몸담고 있는 연구원에서 직원 한마음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가을이 완연한 운동장에서 모든 직원이 연구실을 벗어나 하나 되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회상하게 하는 가을 하루였습니다.

이날 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전체 직원이 연구단지를 완주하는 8km 단축마라톤이었습니다. 전체 직원 중 1500여 명의 직원이 완주한 이날 마라톤은 직원들의 하나 된 마음의 징표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우리 연구원들은 완주 기념으로 1인당 1000원씩 소아암 환자 돕기에 자발적으로 기부했습니다. 참 뜻깊은 마라톤이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마음을 함께 나누며 마음으로나마 잠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연구원은 전 직원이 매달 참여하는 사랑의 1구좌 운동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꾸준히 장학 사업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의 이정표를 세워주기 위해 우리 연구원 사랑의 봉사단이 야간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11월과 12월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아 ‘사랑의 연탄 나누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으며, 대전 지역의 난청 어르신을 위하여 우리 연구원에서 개발한 골도 전화기를 전달하는 ‘You Call IT Love’ 사업은 노사가 하나 되어 나눔을 실천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골도 전화기 전달 행사인 ‘You Call IT Love’ 사업은 앞으로도 우리 연구원 노사가 공동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연구원 가족과 함께하는 농촌사랑 1사 1촌’ 운동은 공주의 풀꽃이랑마을과 자매결연을 통해 도농이 하나 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농촌의 고령화 현상으로 부족한 일손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그곳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상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풀꽃이랑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연구현장을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기도 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과학이나 IT 분야를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니는 기기들이 모두 과학이나 IT의 결과물입니다. 핸드폰,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MP3, 심지어 자동차까지도 IT가 접목된 과학입니다. 우리는 이런 과학이나 IT 결과물들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IT 기기를 손쉽게 작동하고 이용하는 것 자체가 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고 말하는 까닭은 과학에 대한 인식의 오류나 대중화의 방법이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 ‘정보통신전시관’을 설립해 상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의 대통령에서부터 IT 전문가까지 1년이면 2만 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 정보통신전시관을 방문하면 IT 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최신 3D TV에서부터 차세대 이동통신의 미래까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과학의 체험 장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벽지학교 학생 초청행사, 복지시설 학생 초청행사, 중고등학교 과학교사 초청행사 등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를 다각도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또 IT 기술 가운데 학생이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주요 기술을 알기 쉽게 정리한 ‘ETRI easy IT’ 기술 총서를 매년 5권씩 발간해 과학 대중화의 선두주자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ETRI easy IT’ 기술 총서는 국내 대학의 교재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직원들도 교양기술서로서 많이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또한 매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5박6일의 ‘ETRI 발명캠프’를 실시해 과학의 중요성과 함께 지적재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하여는 시상과 함께 참가한 학생의 이름으로 직접 특허를 출원해 향후 특허료가 지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많은 연구원들은 국민들과 함께하는 과학대중화와 과학문화의 나눔을 통해 이공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국가의 초석이자 미래이기도 합니다. 넓지 않은 국토와 한정된 자원이 전부인 우리나라는 과학만이 살 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때문에 과학문화 확산과 대중화를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가동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공계를 지망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지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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