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기<중부대 경찰법학과 4학년>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러시아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유학생활 중 인상 깊었던 기억의 단편을 시간을 거슬러 소개하고자 한다.

말로만 듣던 ‘3+1’ 교환학생 프로그램. 꾸준히 준비해 온 결과 선발이 되었고 이제는 떠나는 날. 표트르 대제의 광활한 영토 확장의 꿈이 서린 러시아다. 출발하기 전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러시아 유학을 환영하진 않았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의 기다림, 긴 비행시간. 그리고 피곤함에 도착한 모스크바. 내리자마자 공항서부터 러시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몇 달 전부터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건만, 지금 내 머리는 하얗다. 말도 귀에 들어오질 않고, 내 입도 전혀 움직이려 하질 않는다. 당황스럽지만, 그 걱정도 잠시다. 1년 정도의 모스크바 유학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나에게 속삭인다. ‘다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내 눈에 비친 ‘Made in Korea’의 자동차와 핸드폰은 모든 피로감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러시아 사람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평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어서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러시아 문화에 적응할 틈도 없이 국립 모스크바 법과대학에서의 수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언어도 그렇고 수업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1년이라는 정해진 기간 때문에 기숙사에서 계속 공부만 해서는 러시아 문화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아 가급적 시간을 내서 경험을 해 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러시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젊음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가 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러시아가 내 마음속으로 더 깊이 다가왔다. 그리고 힘들게 시간을 내서 러시아 여행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스케일은 생각했던 대로 대단했다. 비록 지금은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그 규모만으로도 냉전시대에 미국과 세계의 양대 축으로 힘겨루기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그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추억이 하나 있었다. 2010년 5월 9일이었다.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특이하게도 올해 기념일에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외에도 미국의 군대가 초청되었다. 친구들도 올해에는 이전에 비해 큰 축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불꽃놀이도 보고 축제도 즐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러시아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먼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기술력과 러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의 만남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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