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해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도 불행한 일이다. 해군 사상 초유의 사태로 공무원 비상 대기령이 내려지고, 정치권도 긴밀히 움직이는 등 초비상이다. 미국과 일본·중국 등 6자 회담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하루 빨리 실종자를 찾아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을 명확·신속하게 규명해야할 상황이다.

실종자 찾기에 온 힘 모아야

우선 실종자의 구조와 탐색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될 것이다. 오늘로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가 되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고,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해 가족과 국민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해군은 해난구조대(SSU) 잠수요원을 사고지점에 대거 투입, 실종자 수색과 함께 선체 조사를 벌였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어제는 구난함인 광양함(3천t 급)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천안함 탐색을 지원했고, 분리된 선체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소해함 두 척도 긴급 투입했지만 구조 및 탐색 작업은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고 해역 주변의 수온이 낮아 실종 승조원들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선 실종 장병 구조와 수색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구조과 수색이 어려운 것은 해상의 기상악화가 가장 큰 이유라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시간이 갈수록 타들어 간다. 민간 구조대의 투입을 요청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들이 군 당국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충돌까지 빚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를 찾는 일”이라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충격과 아픔이 얼마나 크겠느냐. 진행상황을 알리고 위무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군 당국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실종 승조원의 행방을 찾는 데 모든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동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신속하고도 명쾌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선내 폭발 때문인지, 아니면 폭발물 등 외부충격에 의한 것인지 철저히 사고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명확한 원인 규명은 필수적이다.

정부가 파악하는 침몰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초계함 내 기관실 등에서의 폭발사고, 북한 어뢰에 의한 피격, 북한이 설치한 기뢰와의 충돌, 지형지물과의 충돌이다. 북한과의 교전이 없었다면 함내 폭발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소형 어뢰를 장착하고 은밀하게 침투해 천안함의 뒤에서 공격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해역은 조류가 빨라 기뢰 부설이 어려우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희박하지만 지형지물과의 충돌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확실한 침몰 원인은 천안호를 인양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양은 1200t이라는 함정 무게를 감안할 때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인양작업을 고려할 때 적어도 한 달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거진 의혹 명쾌하게 밝혀야

그렇다고 여건만 탓하며 원인규명에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원인을 신속하게 밝혀내길 바란다.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 불필요한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할 개연성이 높다. 벌써부터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각종 음모론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공격설에서부터 정부사고 은폐설,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사병의 폭발설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사고 진상 규명은 신속성과 함께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침몰 과정과 사고원인 등에 대한 의문점들을 철저히 조사,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의문점 중의 하나는 천안함의 60%가 침몰하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힌 점이다. 초계함은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여 개 격실(隔室)로 이뤄져 사고가 일어나면 함내 일정 구역이 차단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도 한순간 폭발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배가 가라앉았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배 뒤쪽 바닥에 구멍이 났다는 초기 합참 발표와 달리 천안함은 강력한 폭발로 둘로 쪼개진 것으로 드러나 침몰 과정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고 정황에 대한 엇갈린 진술도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함장은 사고 당시 폭발음이 났다고 말했지만 생존 대위는 폭발이 없었다고 정반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각과 지점에 대한 당국의 발표도 오락가락이다. 온갖 의혹을 속시원하게 밝혀내길 바란다. 그것만이 사태를 조기수습하고 국민들의 불안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국가적 위기’이며 MB 정부의 위기 대응능력 시험대라는 점을 인식하고 사태 수습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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