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8 23:55

장항산업단지 다시 보기

2009-07-30기사 편집 2009-07-29 06:00:00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내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국립생태원 조성사업이 지난 27일 첫 삽을 떴다. 국립생태원은 장항국가산업단지 3대 대안사업의 하나로 충남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등에 총 사업비 3400억원을 들여 건립되는 생태 연구 및 체험 시설이다. 장항국가산업단지 대신 장항갯벌 보전을 위해 환경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립생태원 조성 말고도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성과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내륙산업단지) 조성 등 나머지 2개 사업이 각각 2012년과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착공식은 국무총리와 환경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등 정부인사와 지역주민 등 16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화려한 착공식을 바라보는 서천군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장항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장항산업단지 대안사업으로 바뀌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대하소설과도 같다. 장항산업단지 스토리의 출발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전북에 새만금 간척사업을 발표하면서 충남지역에도 우는 아이 달래 듯 장항국가산업단지 계획을 발표했다. 장항 앞바다 470만평을 매립해 대형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먼저 추진된 군산산단은 1993년 착공하여 2006년말 완공된 반면 장항산단은 IMF 경제위기 등으로 착공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추진과정에서 사업면적도 374만평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갯벌 매립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갯벌매립으로 인한 환경훼손 및 산단조성의 경제성이 논란이 되었다. 결국 3차례에 걸쳐 환경영향평가가 보완되고 더 이상 사업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서천군민들은 20년간 국책사업 때문에 각종 지원에서 소외되었다. 인구는 십 수년 동안 15만명에서 6만5000명으로 쇠락하고, 충남 16개 시·군 중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변했다. 지역낙후가 심화되자 서천군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의 집회와 시위는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군수는 단식을 하고, 주민들은 3000-5000 명씩 서울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정부의 반응이 없자 자녀들의 등교거부라는 극단의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강도 높은 투쟁은 계속되었다.

이 모든 게 다 지역의 사정이나 환경, 경제 여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을 남발한 정치적 오판 탓이었다. 진정성 없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상상을 초월하는 후유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 사례였다.

장항산단은 정치적으로야 잘못 태어났지만 중앙과 지자체간의 갈등 해결방법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만드는 대신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 에코벤처기업단지, 생태도시 조성 등을 포함한 장항산업단지 대안사업을 정부가 제시했고, 서천군이 고민 끝에 이에 합의를 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생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천군민들이 정부안에 합의를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 협약서에 기획예산처, 환경부, 건설교통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5개 부처 차관이 공동 서명하고 8000억원의 정부예산과 1조원의 민간투자 유치계획을 제시하는 등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사업’이라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행정도시에 대해 내건 공약들이 떠오른다.

당시 李후보는 지역공약발표나 유세과정에서 “1만4000명 공직자가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도시로 이사하게 만들고, 2007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세종시특별법을 2008년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었다. 하지만 지금 행정도시는 어떤 상황인가. 李대통령 취임 후 벌써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끝난 임시국회에서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세종시의 내년 7월 1일 출범목표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장항산업단지가 서천군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면 충청인의 미래는 행정도시다. 행정도시문제는 반드시 국회에서만 해결하라는 법은 없다. 정부차원의 해결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행정도시 이전기관 고시 등 믿을만한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로 장항산단 문제가 해결되었듯이 행정도시 문제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안제시로 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