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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여사 연출 ‘빗나간 자식사랑’

2009-05-21기사 편집 2009-05-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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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사랑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다. 지나치면 동티나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 부모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식 앞에만 서면 자제력을 잃고 지나칠 정도로 관대해진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지식 문제에 관해서는 판단력과 자제력이 무뎌져 분수를 모른다. ‘빗나간 자식사랑’이란 그물에 걸리면 버둥거릴수록 그물의 코가 몸을 더 옥조인다. 이쯤 되면 자녀의 장래, 가정사까지 위태로워진다. 잘못을 깨달을라치면 이미 한참 진행돼 되돌릴 수도 수습할 수도 없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도 이 덫에 걸려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리에도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과 해명이 오히려 오해만 낳아 그를 지지해 줬던 이 땅의 범부들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까지 남겼다. 기업인한테 돈 내놓으라고 해 미국에 140만 달러나 하는 호화 주택 사주고 학비, 생활비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사업자금까지 조달해 주고 하는 말이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가느니 차라리 미국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니, 국민은 이 대목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 명예와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 한편으론 부부는 닮아간다고 임기응변의 단수가 ‘노무현답다’는 생각이 퍼뜩 들게 한다.

왕조시대의 왕자가 그러하듯 대통령의 아들이란 신분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자리다. 좋다고 받아들이고 싫다고 내박차는 양자택일의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왕자는 타고나지만, 보위에 오르지 못하면 야인으로 평생 죽은 듯이 살아가야 한다. 자칫 권력욕을 내보이다가는 역모로 몰려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아들은 다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권력의 실세로서 중심에 설 수 있는 위치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몰려들고 맘만 먹으면 이권 개입이나 청탁도 손쉽게 할 수 있다. 강한 흡인력 때문에 주변에는 목적을 가진 사람이 부나비처럼 꼬인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하나같이 권력형 부정부패의 낙인이 찍혀 있다. 부나비들이 내버려 두질 않았다. 권력의 속성 탓도 있지만, 대통령의 지나친 자식 사랑이 일조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소통령’으로 군림했다. 대통령의 아들로서 금도를 어긴 나머지 한보사건에 연루돼 사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홍삼(弘三) 트리오’로 지칭됐던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조세포탈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통령 아들이란 명예에 오점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도 전직 대통령 아들들이 비리에 연루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식관리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각오도 세웠고 실천에 옮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취임과 함께 아들을 유학 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방법이 문제였다. 대통령의 아들이기에 누려야 할 것을 못 누리는 제약, 의식하지 않아도 됐을 세간의 눈, 가리고 삼가야 할 것들이 좀 많았겠는가. 당연히 부모 가슴 한구석엔 미안한 마음이 자리를 잡고, 연민을 불러일으켜 내키지는 않지만, 기업가에게 손을 벌렸고, 빗나간 자식 사랑의 씨앗은 이렇게 싹을 틔운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옹색하고 구차한 변명 외에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가문에 대통령이 나왔다면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은 ‘멍에’가 아니라 ‘명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일이다 보니 세인들은 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을 ‘정치적 망명’이라도 보내야 하는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할 정도다. 아들 건호 씨는 변호사의 아들, 국회의원의 아들, 대통령의 아들로서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삶을 살았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 살아갈 미래가 ‘멍에’라면 평범한 국민의 평범한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상고 출신의 변호사가 대통령에 당선돼 국민에게 한때나마 느꼈던 꿈과 희망의 상징은 한낱 신기루였단 말인가.

권 여사 말한 ‘아들의 멍에’는 평범하게 자식 키우는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객쩍은 말이다. 전직 대통령 아들로 사는 게 멍에라면 호강에 겨워하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멍에는 나라를 잃고 중국 등 이국 땅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경찰의 눈을 피해 밀항선을 탔던 민주 열사들이 절박한 심정을 떠올리며 할 수 있는 고상한 말이다. ‘전직 대통령 아들이 멍에’라면 그것은 삼류 연극 제목으로나 어울릴 것이다.







명예스러워야 할

전직 대통령 아들이 ‘멍에’라니

盧 부부, 잦은 체통 잃은 발언

국민 가슴에 생채기만 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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