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나의 가족 그리고 나와 가족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때이다.

늘 곁에 있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존재이며, 어떤 때는 인생의 짐이 되기도 하는 게 가족일 것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를 비난해도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난다.

독일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프랑크 쉬르마허는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에서 가족이 위기 시 얼마나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지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였던 1846년 11월. 81명의 일행이 캘리포니아 주를 향해 떠났다. 일행 중에는 각각 12명과 8명으로 구성된 대가족들과 혼자 여행하는 몇 사람, 이 지역 지리에 밝은 안내인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11월에 돈너계곡에서 눈보라를 만나 발이 묶이고 만다.

6개월의 시간이 흐른 1847년 4월 25일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구조된 사람은 40여 명이었다. 상식적으로 젊은 청년들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들은 거의 대부분 사망했다. 오랫동안 목숨을 부지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있던 노인과 병자, 어린아이들이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위기 시 생존할 수 있었던 결정적 조건이 바로 가족이었다고 결론짓는다. 가족과 함께 있었느냐, 혼자 있었느냐가 생존을 좌우한 유일한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그토록 위대한 힘을 지닌 가족의 위기와 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사회 들어 나타나고 있는 1인 가족, 국제결혼 가족, 무자녀 가족, 부모 없는 가족, 한쪽의 부모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가족, 혈연관계 없는 이들끼리 만든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가족에 대한 고정된 시각에서 볼 때 위기이자 해체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초중등 교과서에서도 만혼, 결혼은 하되 자식은 낳지 않는다는 생각, 혼인 기피 현상, 쉽게 이혼하는 경향 등에서 가족의 위기는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인구의 고령화로 이어져 각종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 위기라 해도, 해체되어 간다 해도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가족에 대한 문제와 무관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없다.

가족이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는 사회일수록 혈연보다는 사랑과 이해가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구성원이나 혈연관계 유무를 떠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는가가 위기의 가족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가족이 위기일수록 필연적으로 따르는 문제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인구의 고령화로 이어진다. 누가 노후를 책임질 것인가가 또 다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노인문제는 출산율 최저 고령화 속도 최고의 한국사회에 이미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 우리 사회는 노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내가 노년이 되었을 때 과연 그 규정이 받아들이기에 합당한 것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의 저서 ‘노년’에서 늙는다는 것보다 더 자명하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없으며, 그것보다 더 예상 밖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도 없다고 했다. 죽음에 대해서 사람들은 공포와 함께 숙연한 감정을 떠올릴 수 있지만 늙음에 대해서는 죽음 자체보다도 더 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부아르는 우리가 삶과 대립시켜야 하는 것은 죽음이라기보다 차라리 노년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노인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노인연금이나 복지시설 확충 등 노인문제의 사회적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노인문제는 단지 복지제도를 통한 재정적인 지원으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체제 전체와 연관 지어 생각할 일이다. 인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요구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노년을 대하는 우리의 삶의 태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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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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