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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 편다고 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나

2009-02-05기사 편집 2009-0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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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괜찮으면 뭐하나 경제위기 국민적 공감 절실

무슨 병이든지 자각증상이 있기 마련이다. 그 이상 징후는 치료를 서둘라는 시그널이다. 평소 건강을 호기 삼아 ‘괜찮겠지’하고 낙관을 하다가는 십중팔구 병을 키운다. 결국, 입원을 해 수술까지 할 수도 있다. 앞뒤 분간 못하고 부린 객기에 몸도 고생이고, 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은 불문가지다. 낙관론에 도취하면 호미로 막아도 될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낭패를 보기 일쑤다. 위기 대처에도 때가 있고, 허장성세(虛張聲勢)도 아무나 부릴 수 있는 호사는 아니다.

경제위기는 지표가 시그널이다. 우리 경제에 이상 징후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했고, 1월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32.8%나 격감했다.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4%대로 발표했다. G-20 회원국 중 꼴찌다. 환율마저 불안해 ‘3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위기 신호를 무시한 채 ‘괜찮겠지’하다가 국가 경제가 중병이 들면 불행의 짐은 국민 몫이다.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수출이 흔들리면 기업 부도-일자리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위축-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위기대처가 허술하면 대수술도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폭풍전야가 분명한데 이명박 대통령은 ‘괜찮다’며 낙관론을 설파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장대비를 머금은 시커먼 장마 구름이 몰려오는데 빨래를 걷는 비설거지면 충분하다는 식이다. IMF가 내년 경제 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는 게 낙관론의 배경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현실을 과대평가한 모양이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제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플러스 성장은 희망사항일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기침체는 이제 시작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제전문가들도 함부로 낙관론도 비관론도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낙관론이 아니고 정초, 보통사람들 간에 오간 덕담 정도라면 상관할 일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새해 벽두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우리 경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IMF 환란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공황을 감지했기 때문에 벙커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이다. 비상대책회의까지 열어야 할 정도의 위기가 한 달도 안 돼 낙관론을 펼 정도로 회복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4일에는 정부 과천청사에서 두 번째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낙관론을 립 서비스쯤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지난 연말 미국 LA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했고 후보 시절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내년(2008년)에 주가지수가 3000에 이르고 임기 중에는 500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나친 낙관론은 국민에게는 혼란을, 대통령 자신에는 설화(舌禍)를 안길 수 있다.

낙관론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른 의미다. ‘긍정의 힘’과도 거리감이 있다. 대통령의 ‘괜찮다’는 낙관론은 시름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는 제스처라 해도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 ‘양치기 소년’의 말쯤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지금 침체의 터널 입구를 막 들어온 정도다. 부도, 실직, 파산 등 혹독한 경제 한파는 아직 시작 전이다. 터널의 초입이라면 낙관론보다 냉철한 상황인식이 위기극복에 더 힘이 될 것이다. 막연한 낙관론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할 때 나오는 주장이다. 정상에 거의 도달한 상태이니 위기관리도 미흡하고 자만심에 빠지기 십상이다.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면 늘 긴장하고 허점을 스스로 보완해 나가려고 한다.

경제가 좋은 때는 낙관론이 먹혀들지 몰라도 위기엔 역효과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고 민생을 챙기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안·불신·불만 등 이른바 3불(不) 을 걷어내고 소통의 장을 열어 나간다면 막연한 낙관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이 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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