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관한 성격이 다른 두 가지 종류의 책을 한번 살펴보자. 그중 하나가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著)이다. 다른 하나는 세종의 리더십을 현대 경영법에 접목시킨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박현모 著)이다.

첫 번째 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당선인 시절 마음에 와 닿는 책이라며 추천한 것이다. 당시 이 당선인이 이 책을 읽는 사진이 소개되면서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이 사회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영국의 처칠과 같은 사람은 혁명이나 전쟁의 와중에도 변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목표를 완성한 리더로 평가했다.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확신에 찬 신념으로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리더로 분류했다. 이 책에는 특히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레셉스는 언론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반대와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동서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운하를 완공해 최고의 유명인사가 됐다. 이 당선인의 주변 인사들은 향후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사회 전반의 냉소적 분위기와 갈등을 극복하고 수에즈 운하 건설을 성사시킨 레셉스의 사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고 싶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책 ‘세종처럼’은 세종대왕의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그리고 있다. 세종은 즉위 후 첫마디가 “의논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인재 선발, 법과 제도 혁신에서부터 사소한 일까지 모든 것을 신하들과 토론을 한 후 결정했다고 한다.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끝까지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추진했다. 세종은 또 섬김의 정치를 했다.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자지 않을 정도로 국정에 매달리면서 “단 한 명의 백성이라도 하늘처럼 섬기고 받들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종시대에 이루어진 위대한 업적들은 그가 ‘소통과 섬김의 지도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했다.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과 ‘세종처럼’ 두 책은 등장인물들이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는 결과는 같지만 ‘강력한 추진력’과 ‘소통’이라는 방법론은 서로 달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사회 전반의 파열음이 들리는 데 대해 위기관리 능력 부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출범 초기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 새 정부 장관들의 도덕성 논란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 이번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타결로 나라가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경제문제라도 시원스럽게 풀려야 한숨을 돌릴 터인데 희망적인 전망은 없으니 서민들의 좌절감은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후반까지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판이다.

민심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이 빚은 결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민의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를 상실했다. 성과 지상주의 국정운영 탓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가 지도자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반대론은 늘 있기 마련이다. 반대논리에 계속 발목이 잡힌다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이럴 땐 강력한 추진력으로 돌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추진력에는 국민 다수의 지지라는 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앞길에는 한반도 대운하·한미 FTA와 같은 만만찮은 현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출범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정부는 너무 많은 헛발질을 해 신뢰도가 바닥을 기는 처지에 ‘역사를 바꾼 리더들’처럼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소통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세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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