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제45회 법의 날이다. 1964년 5월 1일 제1회 법의 날 대회에서 낭독된 법의 날 제정취지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하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법의 날 제정취지는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한 법의 존엄성 고취에 있다. 이러한 법의 날을 맞이하여 법치주의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에 의해 제정된 법에 기초하여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여 지배자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막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제도이다. 이는 사람이나 힘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 법에 의한 통치를 말하는 것으로 자유 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제도이다. 우리 헌법이 법치주의의 채택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지는 않으나 입헌주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적법절차 조항, 권력분립 등 법치주의의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법치주의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정당한 법의 제정과 공정한 법의 집행에 있다. 정당한 법의 제정은 입법부인 국회의 몫이고, 공정한 법의 집행은 일차적으로 행정의 합법률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정당한 법의 제정과 집행의 공정성을 확인하고, 위반 시 이를 구제하는 사법 절차의 확보는 법치주의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

지난 4월 9일 치른 18대 총선에서 법조인 출신은 20% 가까운 59명이 당선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선량들 중 법조인 출신이 많아졌으므로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의 법치주의의 실현은 자못 기대해 볼만하다. 또한 지난 2월 25일 출범한 새 정부도 실질적 법치주의의 구현을 표방하고 있어 역시 기대가 크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법원의 재판작용에 의하여 실행력을 가지게 되므로 법관이나 법관이 몸담고 있는 사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법관과 법원은 진정으로 독립하여, 양심에 따른 공정한 판결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법인지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벌써 45회째를 맞는 법의 날을 앞두고 법관인 필자나 우리 법원이 이제까지 선진 법치국가를 이루는 사명을 다하였는지 겸허하게 반성해 본다. 선진 법치국가는 단순한 경제 규모의 확대나 말로써 하는 구호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국회, 정부, 법원의 구성원 모두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런데 국회나 정부는 차치하고, 그동안 우리 법원이 선진 법치주의 실현에 철저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과연 국민들로부터 그 사명을 다했다고 신뢰를 받고 있는가? 불행히도 근래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의 결과는 긍정적이지 못하여 아쉽다.

사법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법관을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법원은 근래에 국민을 섬기는 법원, 국민과 함께하는 법원이 되도록 구성원 모두 힘을 합하여 노력하고 있다. 신뢰받는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재판을 할 것이다. 구술주의와 직접주의의 강화, 공판중심주의의 철저한 실현 등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에 국민의 기본권이 철저히 보장되고 민주주의 및 정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것이며, 법에 의한 지배 즉, 법치주의가 찬란히 빛나게 될 것이다. 법의 날을 맞이하여 선진 법치국가를 이루려는 우리의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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