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는 몇 가지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와 사뭇 다르다. 우선, 대통령에 출마하고자 하는 인물들은 4년 전 대통령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그 의사를 표현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출마의 변을 구체화해 가고 이에 대한 여론 추이를 살펴보며 대체적으로 본격 레이스는 1년 전에 이루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현직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해에, 그것도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와서야 우리나라도 당내 경선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그 시기가 늘어났다.

미국 대선은 우리와 달리 각 주를 돌아다니면서 정해진 날짜에 공화·민주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하여 최종 후보자로 선출한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와서 이와 비슷한 방법을 채택한 정당도 있지만 대부분 하루 날짜를 정해 전당대회와 더불어 대통령후보를 선출한다. 미국은 각 주에서 당간부회의(코커스)나 예비선거를 선택해 후보자를 선출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비선거 방식 하나만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대의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여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공화당은 일찌감치 매케인 후보로 결정되었고 민주당은 힐러리와 오바마로 압축되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예상을 뒤엎고 오바마가 선전함으로써 힐러리를 앞서고 있다. 미니 슈퍼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의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판가름 짓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냐, 오바마냐.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후보들 간의 치열한 선거전이 이루어지지만 미국의 경우는 아직도 숨고르기를 한다. 7월에 현직 대통령의 정당이 아닌 야당의 전당대회가 먼저 열린다. 그 전당대회에서 야당 대통령 후보를 정식으로 선출한다. 2008년의 경우 야당인 민주당이 먼저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다. 한 달 뒤 여당인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치른다. 양당의 전당대회가 끝나면 양당 후보는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한다. 11월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11월 첫째 월요일에서 다음 화요일까지)까지의 레이스는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왜냐하면 세계사의 위상은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우리나라는 국민 직접선거를 치러 단 한 표라도 많이 나온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단 수는 각 주마다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47명, 하와이는 3명이다. 미국은 승자독식방법(winner-take all)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당 후보보다 한 표라도 많이 얻으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투표에서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적게 받는 경우가 나타난다. 가깝게는 2000년 대통선 선거에서 부시보다 고어가 일반투표에서 많이 받았음에도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그 나름의 치열함은 있겠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는 하나의 긴 축제의 장과 같이 펼쳐진다. 물론 부동층도 있지만 국민들 대다수는 미리 후보를 정하고 그 후보를 위해 축제의 장에 기꺼이 뛰어든다. 그리고 다음 4년을 리드할 국가 최고의 리더를 선출하는데 동참한다.

2008년 선거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그동안 주지사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번에는 유력 후보들이 모두 상원의원 출신이라는 점이다. 또 흑인이냐, 여성이냐도 관심거리다. 나아가 공화당의 8년 집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인가도 핵심이다. 이번 선거에도 이러한 구조적인 포인트 외에 내용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아직은 구체화되고 있지 않지만 유력 후보들은 제각기 변화를 외치고 있다. 그것이 이라크 문제인가, 경제문제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문제인가는 앞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건양대학교 교수·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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