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자서전(신화는 없다)에서 밝힌 대로 “신화는 없고 다만 꿈과 용기를 가지고 바른 길로 나아간 성실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할지 모른다.

당선자는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지만 피하거나 물러서서는 안되며, 문제에 맞서 해결하고 도전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제는 국가와 우리 사회가 처한 난관을 극복하고 새 길을 열어야 할 소임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자리, 특히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는 무한 책임과 신의 두뇌를 요구한다. 더욱이 민심은 변화무쌍하다. 상소리마저 예사로 듣게 된다. 잘해도 푸념과 원망을 듣는 자리이자, 과정과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불만세력의 최종 성토대상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위치다. 더구나 이 당선자는 BBK문제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혼란과 민심이반은 예견된 셈이다.

편 가르는 정치는 이제 그만

당선자는 국정운영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 경륜을 구하고 민심을 찾아나설 것이다. 그러나 편향된 의견이나 선과 악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누가’, 또 ‘어떻게’ 집행하느냐에 따라 귀착지는 크게 달라진다. 국토를 균형발전시켜, 누구나 잘 살게 하겠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편을 가르고 적개심을 유발시키면서 사회적 소외와 배제·상대적 박탈감·경쟁력 저하·정책불신·중복 투자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안이다.

‘며칠 내에’, ‘꼭’, ‘기필코’ 등의 화려한 수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직을 걸고 사수하겠다던 쌀 개방이 성사되어 두고두고 YS는 놀림감이 됐다. 클린턴이 부인 힐러리를 앞세워 의료보험개혁을 취임 100일 이내에 완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클린턴은 장기간 식물대통령으로 지내야 했다.

항상 옳은 결정,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인다면 한결 편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긴 호흡에서 국정을 운영해 달라는 의미다. “정말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대통령이 일하고 있구나”라는 믿음을 주면 된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큰 용기다. 주저해 시기를 놓치면 잃는 것이 너무도 클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이 문제로 고생을 한 만큼 첨언은 필요없을 것으로 본다.

순간순간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통치자는 항상 최상의 건강과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효율적인 업무분장을 권고한다. 잦은 회의와 보고에 시달린다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악역을 자임하는 측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대로 검증된 서너 개의 대안들 중에서 선택을 한다면 무난할 것이다. 그렇다고 인기에 항상 영합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인기없는 결정도 내려야 한다.

책임은 떠안고 권한은 더 나눠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중용해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꾸어 보려는 생각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또 후유증없이 일을 추진해나갈 적임자가 있다면 한때 자신을 비난했다 해도 중용하는 그런 포용력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감동의 정치를 실현해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자신과 다른 진영에 있었던 사람이나 세력에 해를 가해서도 곤란하다. 참모진들의 이런 의도도 당선자는 막아야 한다.

세계의 흐름에 역류하지 말아달라는 희망사항도 꼭 전달해야겠다. 교조주의와 아마추어적인 외교로 국제무대에서 뒤처지고, 국격마저 떨어뜨리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대통령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권한은 충분히 나누되, 책임일랑 스스로 짊어지겠다는 각오와 희생이 있다면 앞으로의 5년은 우리에게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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