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박달재서 늦가을 끝자락 만끽

박달재 고개가 울긋불긋 물들어 있다
박달재 고개가 울긋불긋 물들어 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울고 넘는 박달재 중에서)

중년 이상이라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나게 만드는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 이 노래 배경지가 바로 충북 제천에 있다. 대전에서 증평IC를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제천으로 향했다. 따사로운 햇살에 포근함이 감돌았고 오색빛 단풍으로 물든 숲이 바람에 하늘하늘 날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2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제천시 백운면에 위치한 박달재자연휴양림이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초행길이라도 길을 잘못 들 일이 없다. 구학산 기슭에 자리한 박달재자연휴양림의 진입로는 ‘울고넘는 박달재’다. 이곳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맑은 계곡을 품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빨간색, 노란색 등의 단풍은 백지에 그려놓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관광객들은 이런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연인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으면서 사진찍기에 바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한 아주머니께 박달재 휴양림에 대해 물어봤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여기 처음인가 본데 박달재 고개에 얽힌 사연 모르지. 간단하게 말해줄게”라고 시작된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20분이 흘렀다. 결론은 박달재 공원 정상에는 조선 시대 복장을 한 남녀 한 쌍이 애틋한 자태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의 주인공인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라는 것. 이곳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다양한 시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놀이장 건너편으로 매점과 식당이 있고 놀이터에는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어 가족들과 함께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도 반달곰, 청공작, 백공작 등 12종류의 동물을 기르고 있는 동물사육장과 자연관찰원, 화훼원 등의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나와 차로 15분 정도 가면 모산동에 있는 의림지에 도착한다.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저수지라기보다는 호수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호숫가를 따라 약 2㎞ 정도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영호정과 경호루라는 누각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소나무와 수양버들 그리고 30m의 자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풍치를 더한다. 또 겨울이면 이곳 의림지에서 공어잡이가 벌어진다. 이곳에서는 빙어를 공어라 부른다. 우륵선생이 노후에 가야금을 타던 우륵대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능강리에 있는 솟대문화공간이다. 청풍대교와 함께 시원스런 내륙 속의 바다와 같은 청풍호가 펼쳐져 있어 가는 내내 기분이 들떠있었다. 솟대문화공간은 야생화 단지와 같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다. 외부 전시공간과 내부공간은 400여 점의 조형적인 솟대들로 가득차 있다. 솟대는 구멍을 목과 받침대를 뚫어 끼운 것 외에는 모두 손대지 않은 자연목을 소재로 사용했다. 그래서 솟대의 새들은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그러나 전시작품 중에는 단 하나 인위적으로 깎아낸 솟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인근에는 수상아트홀이 있는데 커다란 뿔 소라가 무대 위를 덮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황진현 기자> 사진제공=제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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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반 수상 아트홀
청풍호반 수상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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