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떠나는 예산 삼베길쌈마을

껍질을 벗겨낸 삼을 줄에 길게 늘여 널고 있다.
껍질을 벗겨낸 삼을 줄에 길게 늘여 널고 있다.
삼베 하면 보통 경북 안동을 떠올리지만 충남 예산에도 옛 전통방식을 지켜오는 오래된 삼베마을이 있다. 대전일보와 충남도, 한국관광공사충청협력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농촌체험 가족여행의 10월 여행지인 예산군 광시면 신흥리에 있는 예산삼베길쌈마을이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정겨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논두렁을 지나가는 경운기, 일을 마친 후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 광경 등은 시골마을의 이미지와 딱 어울린다. 녹슬은 빨간 양철판 밑에 있던 개는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귀를 쫑긋 세우며 연신 짖어댄다.

여느 마을과는 달리 이 마을은 전통 방식으로 삼베를 직접 짜 보는 체험이 매력포인트다. 삼은 대마라고도 하는데 어른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키가 크다. 마을에서는 삼을 직접 재배하고 있어 아이들이 현지에서 삼베의 원료가 되는 삼을 베고, 껍질도 벗기는 체험도 이루어진다. 베낸 삼은 끄트머리에 붙은 잎을 떼어내고 한데 묶어 삼굿에서 대여섯 시간 동안 푹 삶아 낸다고 한다. 손가락을 껍질과 삼대 사이에 끼워 훑어 내리면 쉽게 벗겨지지만 처음 해보는 체험자들은 2m가 넘는 길이를 감당 못해 헤매기가 일쑤다. 게다가 삼베에 쑥, 양파, 오미자, 봉숭아 등 천연 염료로 직접 물을 들여볼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마을 중심에 마련된 체험장 마당에는 베틀이 항상 준비돼 있다. 아이들이 직접 베틀에 앉아 삼베를 짜 보도록 한 배려다. 베틀에 앉아 오른발, 왼발 발판을 밟고, 손에는 북을 잡고, 눈으로는 실이 끊어지지 않는지 잘 살펴 가며 베를 짜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60년도 넘게 베를 짰다는 동네 할머니가 베 짜기 선생님으로 변신해 아이들이 베 짜는 걸 도와준다. 처음 해보는 베 짜기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더 없이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삼베짜기에 관련된 체험 외에도 농사 체험, 전통 놀이 체험, 서당 체험, 장담그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마을에서 나와 차로 10분 정도 가면 인근에 조그마한 소류지가 있다. 이곳은 통발을 이용해 물고기잡는 체험을 하는 장소다. 통발은 싸리를 엮어서 만든 것으로 요즘의 어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안에다 된장을 넣고 하루 정도 물속에 넣어두기만 하면 붕어나 모래무지 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을 이장은 아이들은 잡은 물고기를 가져가기 보다는 ‘와~ 신기하다. 정말로 고기가 잡혔네’라며 신기한 눈빛으로 통발 이곳저곳을 살펴본 후 다시 놓아준다고 귀띔했다. 물론 동네주민들이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간단한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하나같이 고개를 갸우뚱 거린단다.

동네에는 민박집도 5개나 있어 원하는 이들은 하룻밤 묵어 가며 정겨운 시골 마을을 여유롭게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 마을 장터에서는 삼베, 수의, 국화베개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글·사진 황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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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껍질과 삼대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훑어 내리면 쉽게 벗겨진다.
삼 껍질과 삼대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훑어 내리면 쉽게 벗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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