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의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씨가 교수로 임용된 것은 가짜 학위보다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부터 광주비엔날레 감독 인선과정에서도 외압이 있지 않았느냐는 얘기까지 의혹만 더해가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문을 풀어줄 만큼의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씨 파문 이후 유명인들의 학력 부풀리기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연예인들에서부터 대학교수, 예술인들까지 포함돼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대학들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학위의 진위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하고 교육부까지도 전반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공직사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공무원들이 학위나 각종 자격증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지자체마다 자체 검증에 나서고 있어 나라가 온통 ‘위조와의 전쟁’을 벌일 판이다. 학벌 부풀리기는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어떠한 해명으로도 용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의 학벌중시 풍토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사회가 학벌과 학력을 중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열성은 세계적이다. 남들보다 과외를 하나라도 더 시켜야 직성이 풀리고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와야 대접을 받는 사회에서 누군들 교육에 열을 올리지 않겠는가. 지방대학 출신은 자신 있게 원서조차 내볼 만한 기업이 없고, 수십 번의 도전과 좌절에 허탈해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서울의 좋은 대학으로 자녀들을 진학시키려는 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고 하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학벌이란 높고도 거대한 벽을 넘고 나면 우리사회의 주류로 진입할 수 있는데 여건이 되면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의 능력과 실력은 무시되고 오직 학벌만이 판치는 세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들의 능력을 공정하게 판단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뭉쳐 ‘기왕이면 내 사람’을 우대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지 않은가. 고졸학력을 처음부터 밝혔다면 과연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었겠는지 변명(?)하는 어느 교수의 하소연을 새겨들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다.

연예인들의 학력 부풀리기에 대해 네티즌이나 국민들은 다소 관대한 편이다. 해당 연예인들은 결코 학력을 부풀릴 생각은 없었고 주위에서 그렇게 한 것을 말리지 못한 죄가 크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연예활동을 하면서 결코 학력을 이용하거나 그 덕을 본 적도 없이 열심히 활동을 했다고 한다. 국민들은 이들의 이러한 해명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들의 말처럼 학력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노력과 실력으로 성실하게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지켜봐 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학력을 부풀리고 위조하는 것이 결코 용납될 수는 없다. 학력 위조는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몸담은 조직에서 혜택을 얻는 등 이득을 볼 수밖에 없다.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임을 인정받아야지 마치 학벌의 피해자인 양 떠드는 일이 있다면 큰 잘못이다. ‘학벌주의 사회’가 결코 ‘학력 위조’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직 실력만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당당하게 일어선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진학은 엄두도 못내 김해농고가 최종학력인 김종간 김해군수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학력 지상주의 사회에 서 있는 우리 모두가 한번 되새겨 봄직하다. “열심히 가꾸고 노력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순리입니다. 학벌 또는 간판은 단언컨대 중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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