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명문 국립 충남대가 양현수총장의 구속기소로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교의 대외 이미지실추와 함께 총장부재로 인한 학교 기능 마비가 심각할 정도다. 도청이전지인 홍성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과 대학 간 통폐합, 유사학과와 非법정연구소 통폐합 및 구조조정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데도 총장부재로 대부분 손을 못 대고 있다. 전국 각 대학이 사활을 걸고 있는 로스쿨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학연●지연 등 파벌로 학교 망쳐

요즘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매달려 있는 대학발전기금 확충과 우수인재유치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이 모두 양전 총장이 거액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학교가 비정상 상태라 더욱 그렇다. 후임총장 선임이 시급한 이유다. 마침 엊그제 차기 총장임용추천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려 총장선출방법과 절차를 논의했다 한다. 핵심은 총장선출방식인데 일부에서는 양 총장사태가 단순한 개인비리라며 과거와 같은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까지 총장을 꿈꾸고 수년 간 준비해온 학내 교수들은 총장직선제 쪽이다. 일부 시민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충남대 총동창회와 지역의 많은 오피니언리더들은 직선제를 반대한다. 총장직선제에 따른 폐해가 심하다는 게 이유다. 훌륭한 인사의 총장 영입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2005년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에는 국립대총장의 외부영입이 가능하다. 다만 ‘충남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출규정’을 바꿔야 한다. 필자도 직선제를 반대한다.

민주화물결 및 대통령직선과 함께 도입된 대학총장직선제는 국가나 재단이 일방적으로 총장을 임명해온 갖가지 폐해와 부작용을 없애는데 기여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직선제로 인한 과열과 금품거래, 파벌조성, 소신 없는 행정 등의 폐해가 오히려 대학발전을 퇴보시켰다. 또 직선제로 뽑힌 총장의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배정과 소신 없는 눈치행정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깨기도 했다. 고려대와 제주교대가 대표적인 직선제 폐해사례다.

내가 아는 어느 교수의 자조적인 말이 떠오른다. “교수가 총장을 직접 뽑는 것은 축구선수가 축구팀 감독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얘기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선물이 오가는 세상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장래비전이나 발전적 방안보다는 애경사에 누가 잘 쫒아 다니고 어느 지역, 어느 학교출신이냐를 더 따진다. 심지어는 밥을 누가 더 잘 사느냐를 저울질한다. 8년 간 열심히 애경사를 다녀 재수 끝에 당선된 총장도 있다.

개교 55년 동안 15명의 총장을 낸 충대는 지난 89년 이래 5명의 직선제 총장을 뽑았다. 그런데 지난 18년 간 학교가 더 발전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오히려 임명제시절에 강진형(63-68년) 박희범(73-77년) 서명원(77-85년)등 名총장이 많았다. 박 전총장은 우수 교수영입과 의대설립, 교양학부신설로 충대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 서 전총장은 캠퍼스를 오늘날의 연구단지로 옮겼고 부속병원개원과 경영대학원설립 등 큰 족적을 남겼다.

국내외 훌륭한 인사 영입해야

둘은 마치 조선조의 태종과 세종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충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30년 전 필자는 충남대출입기자로서 두 분의 리더십과 능력을 십분 살필 수 있었다. 누란지경에 빠진 충대를 볼 때 두 분 생각이 난다. 이 정도의 인물을 지금은 영입할 수 없는 것일까. 직선제로는 불가능하지만 널리 인재를 구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지금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우리와 달리 총장을 직접 뽑지 않는다. 갈등 등 후유증이 심해서란다.

美하바드대는 지난해 서머스총장후임을 뽑기 위해 총장선발위원회(Search committee)를 구성해 1년 작업 끝에 신임 파우스트총장을 선임했다. 선발위가 수백 명의 후보를 인터뷰한 뒤 내린 결정이라니 놀랍다. 충대도 이젠 문호를 넓혀야한다. 충대를 한국의 최고 명문대로 키울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한다. 내국인이 없으면 외국인이라도 영입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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