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조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은 선거법상 금지하고 있지만 예전에 합동유세가 있었을 때는 어느 후보가 얼마나 많은 청중들을 동원했는가에 따라 판세가 좌우되기도 했다. 각종 연줄을 있는 대로 총동원하고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라도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세 과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선거전이었다.

지금은 선거법으로 엄격히 규제를 하다 보니 돈으로 대규모 청중을 동원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지지조직을 운영하는 자체는 변함이 없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만 하더라도 지원조직인 외곽단체가 몇 개인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한나라당 대전 정책토론회에서 고진화 후보는 토론회 중 특정후보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가 비난을 받자 “이런 식의 토론회를 계속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토론장에 한때 찬바람이 불었다. 특정후보 지지자들이 장외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토론회장에서 박수를 보내는 등 사전에 정한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고 후보는 “반칙을 통해 승리하겠다는 태도이자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며 당 지도부에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세 과시를 통해 상대를 제압을 할 수만 있다면 사소한 룰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에 대한 항변이었다.

후보들은 표가 있는 곳이면 방방곡곡 찾아가지 않는 곳이 없다. 문중행사에서부터 시장, 공사판까지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데 가는 곳마다 자발적이건 동원이 됐건 지지자들이 몰려와 연호를 하며 세과시를 한다. 이 와중에 지지나 정책조언을 내세운 온갖 부류의 인사들이 끼어든다. 후보들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한 표가 아쉬운 판에 찾아와서 도와주겠다는데 마다할 리가 없다. 학연, 혈연 등 온갖 연줄을 다 동원하고 막판에는 그렇게 타파하자던 지역색까지 거론하며 표를 얻기에 사활을 거는 판이 아닌가. 이들 중 진정성이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선거 때만 되면 이권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철새처럼 후보들 캠프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아닌지. 무슨 정책제언을 한답시고 자료를 들고 오늘은 이 후보에게, 내일은 저 캠프를 찾아다니는 교수들까지 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그저 선거판에 먹이를 찾아 다니는 철새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절대로 선거에 개입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공무원이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무원들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행정부처, 감사원, 검찰이 모두 나서 공무원 줄서기를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줄서기가 줄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직의 기강이 무너진다.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혈연·지연·학연을 앞세워 논공행상이라도 할 듯 공무원들의 힘을 빌리고 일부 공무원도 맞장구를 치듯이 특정후보를 위해 일하게 되면 공직사회는 ‘정치판’이 되고 만다. 능력이 떨어지면서 연줄에 편승 선거를 도와주고 무슨 전리품이라도 챙기듯 한자리 차지하고 들어서면 국민의 공복임을 자처하며 묵묵하게 일해 온 수많은 공직자들은 희망을 잃는다.

그렇게 차고 들어앉은 자리에서는 국민은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자리를 만들어 준 임명권자만 보일 뿐이다. 국민에 대한 충성은 없고 오로지 임명권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행여 이번 대선에서 연줄을 들이대고 `출세` 한번 해보려는 공직자가 있으면 지금 당장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선거판에 공무원까지 가세해 진흙탕으로 만들지 말라는 얘기다.<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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