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23일부터 이미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었고, 며칠 전 한나라당에서는 예비후보자들 사이의 토론회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열렸다. 앞으로 예비후보자들 간 경선이 치러지게 되면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의 쟁점은 여러 가지가 될 것이나 참여정부의 공과를 둘러싼 공방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부동산 정책과 경부운하, 서해열차페리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문제, 임기 4년의 중임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 문제, 3불정책 등 교육문제 등이 주요한 쟁점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로서는 그 중 경제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기는 하나, 앞으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등 남북문제가 다른 쟁점을 압도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남북간, 북미간의 일련의 움직임은 위와 같은 예상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6자회담에서 2·13 합의문이 체결되었다는 점이다. 2·13 합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합의문’이라는 공식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9·19 합의내용의 실천계획표이다. 2·13 합의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 미국의 각종 대북제재 해제, 북미간 양자대화, 북미관계정상화, 6개국 장관급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럼결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것도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BDA 문제는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기 직전인 2005년 9월 16일 북한이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인 BDA를 통하여 위조달러를 유통시켰다는 미국의 공식발표 이후 북한예금을 동결토록 하면서 제기된 문제이나, 미국은 현재 북한의 이의에 따라 BDA 문제 해결과 2·13 합의의 실행에 매우 적극적이다.

다음으로, 남북장관급회담과 장성급회담이 연이어 열리고, 경의선과 동해선이 연결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열린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2·13 합의이행을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하였고 나아가 6·15와 8·15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며, 이산가족상봉과 면회소 설치, 적십자회담 개최, 열차시험운행과 개성공단 건설을 비롯한 다방면적인 경제협력사업의 진행 등에 합의하였다. 특히 5월 8일부터 11일 사이에는 남북장성급회담을 개최하여 열차시험운행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조치에 합의하여 남북 사이의 군사적 신뢰를 쌓는 디딤돌을 놓았고, 5월 17일에는 역사적인 남북열차시험운행이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과 축하를 받으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런 정세변화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ABC 정책(Anything But Clinton의 약자, ‘클린턴이 했던 것은 결코 따라하지 않는다’는 정책)이 포기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에서 발간한 ‘신(新)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은 “2020년에는 남북통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연락사무소를 우선 설치한 뒤 점차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미국측의 제의에 북한이 즉각적 평화 및 수교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자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북미간에 이미 관계 정상화의 일정표를 마련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 하에서 올 하반기에는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놀라운 정치일정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바로 대선정국과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간 및 북미간에 정치군사적 대결상태가 종식되어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남북간에 전면적인 경제협력과 자유왕래가 실현된다면 그 정치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러할 때 국민은 그 흐름을 받아안고 책임지고 밀고 나갈 수 있는 후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이 평화시대, 통일시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하고 구체적 정책과 비전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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