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4개월간의 열띤 공방 끝에 타결됐다. 협상 타결직후 성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한국 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수’를 매겼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대규모 국가간 협정이며 이 자체만으로 세계교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A+’를 매겼다. “고품질의 균형이 잘 잡힌 협정”이란 이유에서다. 양측 모두 크게 만족한다는 얘기다.

취약산업 연착륙 대책 절실

협상은 이해의 쌍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우리는 자동차·섬유 등의 부문에서 날개를 달게 됐다. 반면 농업·의약품 등의 부문은 다소간에 희생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의 연착륙을 위한 각종 대책을 장황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때리는 시어미(미국)보다 말리는 시누이(정부)가 더 밉다고 아우성이다. 협상과정에서도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그 기세가 꺾이리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회비준과정에서는 협상과정보다 더 지독한 진통이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FTA협상 타결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개방’에 초점이 맞춰진다. 근대의 개방이 굴욕적이며 타율적이었다면 이번 협상타결은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던 미국의 문도 그만큼 열었거나 문턱도 그만큼 낮춘 셈이다. 미국은 한국으로 농업과 목축업·서비스업 등 수출기회 확대가 가능해졌다. 우리는 중국과 아세안·일본을 합친 것보다 큰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

FTA 타결은 국가신인도의 향상이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미동맹관계 균열 등의 이유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지 않았다. 이번 협정타결은 한·미간 우호관계의 진전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견고한 결속으로 이어져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자연스럽게 점쳐진다. 당사국 간에 놓였던 고질적인 규제나 불합리한 관행의 개선이란 부산물도 기대된다. 미국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그만큼 우리 기업이 미국을 공략하기 용이해졌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한·미양국의 국회가 비준해야 가능하다. 협상타결까지도 힘든 여정이었지만 국회비준과정은 더 험준한 준령이다. 타격을 입게 될 부문의 반발이 점차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국회의원간 견해차가 크다. 범여권도 찬·반의 회오리에 휩쓸릴 정도로 국회비준 자체가 민감한 문제로 부각돼 있다. 미국 의회는 광우병으로 야기된 우리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조치해제를 비준의 조건부로 내세우는 등 또 다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선주자 사이에도 찬성·중립·반대가 분명하다. 대선정국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타결에만 중점을 둬 국민의 의견수렴은 등한히 했다는 비판을 받는 판국이다. 국회비준을 위해 국민적인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잇단 협상 슬기롭게 끝내야

미국은 엄청난 시장이다. 그래서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개방이라고 비유된다. 앞으로 세계 각국과의 FTA협상이란 파고를 수없이 넘어야한다. 우리는 캐나다·멕시코·인도 등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남미공동시장(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과는 공동연구중이다. 미국과의 FTA협상타결을 선점한 우리로서는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협상요구를 슬기롭게 이끌어야한다.

우리는 WTO 가입 몇 년 안돼 OECD에도 가입했다. 개방의 벽을 더욱 낮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쟁국들의 물밀듯한 공략이 뒤를 이었다. 엄청난 파고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전복되기 일쑤였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외국언론의 비아냥거림이 그래서 나왔다. 이번 FTA 체결은 미국시장 공략이 쉬워진만큼 미국에게 우리의 장벽도 크게 낮춘 효과를 지닌다. 잇따라 타결될 FTA협상에 철저하지 못한 대처는 ‘한국이 이번에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조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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