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벽돌이냐, 여기서 빼다 저기다 끼워 넣게.’ 당당하게 말하던 손학규 전 지사의 모습에서 모처럼 국민들은 정파나 지지여부를 떠나 참신함과 신뢰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지율은 비록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었을 지라도 손 전 지사의 이러한 자세는 언론기자들이나 의식 있는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적 지도자감으로 와 닿았을 것 같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21세기의 주몽이 되겠다며 부여를 떠나 시베리아의 벽돌을 자임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지만, 그가 걸어온 정치행적의 앞뒤를 살펴볼 때 마냥 혼란스러움만 더해진다.

무릇 대통령 선거는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자신들의 최고지도자를 선택하는 엄숙하고도 신성한 헌법절차이다. 그런 만큼 일련의 모든 대선 과정은 일반국민에게는 희망과 자부심을 안겨주고, 젊은 차세대들에게는 민주정치의 교과서적 표양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전제로서 대선주자들의 ‘지도자다운 인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살피건대 우리는 수많은 분야에서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본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은 물론 각종 단체장이나 대학총장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보아 왔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인품과 능력에 있어, 지도자답지 못한 지도자감들도 의외로 많다. 특히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조차도 갖추지 못한 지도자 지망생들을 보게 될 때는 그들이 한없이 가소롭고도 딱하게 비친다.

나아가 혹여 그런 자들이 조직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마치 신선한 과일 상자 속에 썩은 과일을 함께 넣어 둔 꼴이 될 것이다. 그들은 머지않아 우리사회의 평화와 행복 그리고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을 악취가 풍기는 것으로 변질시킬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의사결정과 행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다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저버리면서까지 그러한 자유를 행하는 것은 조직과 국가에 해독을 끼치게 될 뿐이다.

예컨대 손 전 지사의 경우, 그가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였기 때문에 그 이름도 크게 올릴 수 있었고, 그리하여 불과 며칠 전까지도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돌연 한나라당을 비방하면서 탈당한 손 전 지사가 ‘나는 항상 정도를 걸어왔다’고 강변하면서 새 정치를 아무리 편들, 또한 설령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른들, 과연 그에게서 무얼 그리 크게 기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젊은 차세대들에게는 또 어떤 표양으로 비치겠느냐는 것이다.

기본적인 의리를 저버리는 자, 51%의 승자인 처지에 49%의 패자를 가혹하게 압살하는 자, 공인으로서의 자기 희생과 절제를 행하지 못하는 자, 언행이 음습하도록 이중적이고 사악·비열한 자, 갈등을 조장하고 중상모략과 음해를 일삼는 자 등 이런 사람들은 결코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게 해서는 아니 된다.

2002년, 노무현 씨와 정몽준 씨는 각각 주의·주장과 목적이 너무도 판이한 정당들의 대선후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당정치의 기본을 깨뜨리면서까지 후보단일화를 감행하였다.

그 결과 대통령후보로 노무현 씨가 끼워 넣어졌고, 당선된 후에는 정권을 창출한 정당을 쪼개는 ‘기본’ 파괴가 있었다. 그 결과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동까지도 자초되었다. 그 후 지지도의 거듭된 추락과 공직선거에서의 연패 끝에 최근에는 또다시 당을 쪼개면서 또 하나의 대선용 ‘벽돌’ 끼워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지도자답지 않은 지도자들이 행한 기본 파괴에서 비롯된 목불인견의 말로요 자업자득이다.

바야흐로 지도자답지 못한 벽돌들이, 두 번 다시 군림하지 못하도록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문종욱<충남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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