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이밍으로 경기역전

프로야구에서 다졌던 경기를 한방의 시원한 끝내기 홈런으로 단숨에 역전시켰을 때 사람들은 온몸을 휘감는 전율을 느낀다. 요즘 연일 관중몰이에 성공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은 프로배구 코트에도 야구의 역전 끝내기 홈런처럼 관중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언뜻 고무공처럼 탄력좋은 용병들이 바닥에 시원하게 내려꽂는 강스파이크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배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넣는 것은 바로 배구의 꽃이랄 수 있는 철벽 블로킹이다.

블로킹은 상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공격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는 묘미가 있다. 때문에 블로킹을 야구의 만루홈런에 비유하곤 한다.

지난 20일 천안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고비마다 터져 나온 블로킹이 일등공신이었다. 이날 마지막 5세트에서 보비의 가공할 스파이크 공격을 연거푸 가로막고 코트를 뛰어다녔던 하경민은 블로킹의 손맛이 얼마나 짜릿한가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상대의 스파이크를 막는 방어 수단이 아니라 팀 공격의 귀중한 득점 루트이기도 한 블로킹은 그저 뛰어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블로킹에도 몇가지 중요한 요소가 전제돼야 한다.

높이는 기본이고 정확한 타이밍이 필수다. 상대팀 세터의 토스가 네트에 가깝다면 상대 공격 선수와 동시에 점프를 해야 하고, 반대로 토스가 네트에서 멀면 스파이커 보다 한 템포 늦게 점프해야 효과적이다. 또한 용병들처럼 체공력이 좋을 경우에도 한 템포 늦게 점프해야만 공격을 막을 수 있다.

공격코스의 리딩도 살펴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격수들은 발끝 또는 가슴이 향하는 방향으로 스파이크를 날린다. 하지만 노련한 공격수들은 마지막에 손목을 틀어 공격코스를 바꾸기 때문에 블로커들은 공중동작에서도 항상 공격수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황진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