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작지만 수비의 핵심

프로배구 경기를 보다 보면 색깔이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눈에 띈다. 누굴까? 축구 골키퍼처럼 세터를 표시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주장의 특권(?)을 상징하는 것인가?

모두 틀린 대답이다. 리베로라는 수비 전담선수다. 가만히 보니 190cm가 훌쩍 넘는 다른 배구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키가 작다. 프로구단 4팀의 리베로 주전선수의 평균 키는 180cm이 채 되지 않는다. 대한항공의 최부식선수만 간신히 180cm일 뿐 나머지 선수들은 176-178cm에 불과하다.

“장대숲 사이에서 단신 수비수들의 역할이 뭐가 있겠어”라고 폄하하다간 큰 코 다친다. 올 시즌은 각 팀 용병들의 공격력과 센터진의 블로킹 높이가 엇비슷하다보니 수비력의 차이에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

수비의 핵심이 바로 리베로인 만큼 어떤 리베로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팀성적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리베로의 쌍두마차는 삼성화재의 여오현과 대한항공의 최부식이다. 여오현은 최근 삼성화재가 연승행진을 달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알토란같은 선수다. 순발력과 센스있는 감각으로 공이 떨어지는 낙하지점을 찾아 공을 거둬올려 팀에게 공격점수 2점 이상의 효과를 주고 있다. 16일 현재 서브리시브 부문에서 75.26%의 성공률로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올 시즌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진 리베라라면 단연 대한항공의 최부식이다. 최부식은 180㎝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순발력으로 위치선정이 빨라 리시브와 디그(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능력이 훨씬 좋아졌다는 평을 받으면서 여오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현대캐피탈 수비의 핵심 오정록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김정래가 뒤따르고 있다. 그는 2002 슈퍼리그 리베로상과 2003 대학연맹 3차대회 리베로상을 수상할 정도로 안정된 수비와 체력을 바탕으로 기복없는 경기력을 유지한다. 투지는 좋지만 순간 스피드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LIG의 곽동혁도 16일 디그부문 3위(3.70), 리시브 부문 4(59.46%)위를 기록하고 있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리베로의 호수비는 상대의 심리를 위축시켜 2득점의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다. 이게 올 시즌 프로배구판에서 리베로를 눈 여겨 볼 이유다. <黃陳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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