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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前職)들’의 뒷모습

2007-01-10기사 편집 2007-01-09 17: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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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에서 손 떼길, 아름다운 노년 보여줘야

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새해를 어떻게 보낼까. 2007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부쩍 주목을 받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파리 서쪽 교외의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신년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지방을 돌며 ‘인민과의 호흡’을 과시하는 중국의 지도층이나, 연말연시가 되면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기곤 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은 한국 정치인들의 풍속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이 휴식과 재충전으로 비전과 철학을 가다듬을 즈음 서울에서는 해외 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파문이 일어났다. 386 출신으로 한나라당 후발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전두환 전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다. 원 의원은 연희동을 방문, 전 전대통령에게 세배해 ‘독재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원 의원은 결국 “찾아간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두 번 고개를 숙였다.

‘세배’ 해프닝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우리의 특수한 정치문화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은 새해가 되면 경쟁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곤 했다. 원로 지도자에 대한 예우 차원만은 아닌 것 같다. 하례와 덕담, 격려를 넘어 한쪽에선 ‘조언’을 구하고 또 다른 쪽에선 ‘훈수’하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국민들은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떠올리게 된다.

압권은 대권 레이스 선두를 질주하는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국가 원로 방문자리였다. 누구는 이 전시장에게 “올해 황금돼지띠라고 한다. (이 전시장이) 한 마리 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은 거제도산 대구를 넣고 끓인 떡국을 제공했다고 한다. “인기가 아주 높던데 축하한다”고 말해 여러 해석을 낳는가 하면, 오전 10시에 샴페인을 내놓고 “점심까지 먹고 가라”며 붙잡은 원로도 있었다는 보도다.

전직들의 ‘용비어천가’ 합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국가 원로로서 최소한의 품격이나 권위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노년은 오간 데 없고 마지막까지 권력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져 비애를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가의 나침반 역할을 기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전직들의 실망스런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강아지 논란’으로 비아냥을 자초한 전직 수반들의 경우다. “(전직 대통령이) 주막집 강아지처럼 시끄럽게 해선 안된다”는 일침에 “그렇게 말한 사람은 골목 강아지냐”라고 이어진 반박은 차라리 한편의 코미디였다. 시정잡배들도 이런 식으로 드잡이하지는 않는다. 재임중 역점을 두었던 자신의 정책이 수세에 몰리자 고향에 내려가 일장 연설을 한 전직도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여권이 상반기까지 대세를 갖추면 올해 대선은 양당 대결”이라고 발언하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의아함은 커진다.

불행스러운 일은 또 한명의 전직이 곧 가세할 것이라는 점이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은 현직 대통령은 벌써부터 정치 언론운동하겠다, 어디 가서 살겠다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은퇴 후의 활약상(?)을 예고하고 있다. ‘퇴임 후’ 발언은 벌써 6차례로 듣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성공한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 이르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전직들에게 지미 카터의 역할 모델을 소개하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미국의 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카터는 지난 81년 퇴임한 후 더욱 바쁘고 보람있는 말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됐지만 조지아주의 한적한 땅콩농장으로 귀향한 뒤 새 인생을 열었다. 80대 중반의 나이를 딛고 현재까지 세계 79개국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벌여 가난한 이들에게 성경과 집 열쇠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 우리도 아름다운 뒷모습의 전직을 가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호사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진다.

宋信鏞<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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