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해에는 어김없이 덕담을 한다. 2007년 돼지해인 정해년이 밝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2007년이 시작되었지, 아직 정해년은 아니다. 하지만 편의상 우리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해년을 맞이하여 두 가지 희망을 해 본다.

언제부터 돼지가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까? 분명한 것은 멧돼지를 잡아 길들였다는 사실이다. 그럼 언제부터 사람들은 멧돼지를 잡아 길들이고 살았을까? 우리 문헌에 나타나는 것이 없으니 잠시 남의 얘기를 빌려오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얘기다. 바로 칼리돈의 멧돼지사냥이다.

멧돼지가 얼마나 힘이 셌으면 사람이 잡지 못하고 신들이 동원되었을까. 제우스의 쌍둥이 아들을 비롯하여 당시 내로라 하는 영웅 10여명이 멧돼지사냥에 나섰다. 신화에서는 멧돼지를 죽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아마도 당시 사람들은 멧돼지를 잡아 키우려고 했을 것이다.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멧돼지의 중요성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좋은 것은 다 신들이 하였다. 인간들에게 돼지를 주면서 신들이 자신들의 용맹성과 자비심을 포장하였을 것이다. 이런 돼지를 우리는 12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2006년 병술년은 7월 윤달이 있어서 2006년 1월 29일부터 2007년 2월 17일까지 무려 385일이나 되는 긴 해였다. 그러다보니 입춘도 2006년 2월 4일과 2007년 2월 4일 두 차례나 들어 있다.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를 우리는 쌍춘년이라고 한다. 결국 쌍춘년이란 음력과 양력이 아주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정해년은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황금돼지해의 의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둥, 상술이라는 둥,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많은 청춘남녀들이 쌍춘년에 결혼하여 황금돼지해에 자식을 낳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결국 돼지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번식력이다. 결혼한 사람을 우리는 부부라고 한다. 그리고 자식이 생기면 그때부터 가정을 이루었다고 하며, 가족을 두었다고 한다. 쌍춘년이든, 황금돼지해든 쉽게 찾아오는 해가 아니다. 2007년 정해년 첫 번째 희망은 많은 부부가 가족을 이루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구감소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두 번째 희망은 동북공정에 걸어본다. 1467년 세조는 강순, 남이 그리고 어유소 장군에게 1만의 군사를 주어 지금의 중국 길주에 있던 건주위(建州衛)를 징벌할 것을 명하였다. 세조가 세종이 설치한 서북면 4군을 철폐하자 여진족의 침입이 잦아졌다. 이를 참지 못한 명나라는 우리와 함께 건주위를 정벌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세조의 명을 받은 세 장군은 여진의 장군들을 죽이는 큰 전과를 올렸다. 이 정벌을 우리의 역사에서는 정해서정(丁亥西征)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동북공정의 과거사가 정해년에 있었다.

동북공정의 얘기가 나오기 전 우리는 독도문제로 일본과 조용할 날이 없었다. 동북공정 얘기가 나오면서 우리들은 독도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른다. 일본 사람들이 독도 근해를 척량하고 있는지 없는지, 한국은 그것에 대한 대처방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동북공정을 좀 더 확대시켜 보자. 옛 고구려가 중국 땅이면 한강 이북은 모두 중국 땅이 되고 만다. 독도문제로 시끄러운 일본사람들이 백제가 자신들의 조상이기 때문에 백제 땅은 일본 땅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옛 백제의 땅인 한강 이남은 일본 땅이 되고 만다. 남는 것은 어디인가? 여의도뿐이다. 4000만 우리 동포는 여의도에 모여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인구감소와 동북공정의 문제가 있을 것을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2007년 정해년을 맞이하여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와 정치가들에게 이 두 가지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배재대 교무부처장·심리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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