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는 ‘진짜(眞) 나무’라는 이름처럼 참으로 좋은 나무이다. 우리는 생활과 관계 깊은 것이나 좋은 것에는 ‘참’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사용한다. 깨 중에서 참깨, 새 중에서 참새, 게 중에서 참게, 두릅 중에서 참두릅 등 ‘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렇게 좋다는 참나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참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참나무속’에 속하지만 모두 다른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나무라는 이름을 따로 가지는 나무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를 통틀어서 참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그 외에도 낙엽이 지지 않는 가시나무류가 ‘참나무속’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참나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참나무는 우리 생활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참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수종으로서 소나무와 함께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전체 산림의 약 30% 정도의 넓은 면적에서 자라고 있고, 활엽수림의 대부분이 참나무와 다른 활엽수가 혼재되어 있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둘째, 참나무는 역경을 이겨온 민족의 생활사를 대변한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나 낮은 지역, 남부지방이나 북부지방, 평야지역이나 고산지역, 계곡부나 능선부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가 참나무다. 또한 다른 활엽수가 좋지 않은 땅에서는 거의 자라지 못하는 반면에 참나무는 토질이 좋지 않아도 잘 견디기 때문에 생활력이 강한 나무로 평가된다.

셋째, 참나무는 흉년에는 사회안정의 역할을 한 식량자원이다.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는 배고픔을 잊게 하는 중요한 식품이자 대표적인 구휼작물이었다. 도토리는 다람쥐 등 야생동물이 좋아하는 먹이로서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기 때문에 도토리가 없었다면 흉년에 수렵생활을 하기 어려웠으리라고 추정되기도 한다.

그러면 참나무와 우리의 경제생활은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참나무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이다.

첫째, 참나무는 쓰임새가 많은 나무이다. 어느 산에서나 자라기 때문에 물량이 풍부했고 재질이 단단해서 농기구·가구재 등 생활용재로 널리 사용되었다. 참나무 나이테는 무늬가 좋기 때문에 독일 등 외국에서는 수백 년 된 참나무가 가구무늬목으로 1㎥에 수백만 원씩 팔리는 등 고급 목재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참나무숯은 열량을 많이 내고 연기가 없는 고급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참나무 ‘목초액’은 각종 무공해 비료·농약,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고, 참나무의 추출성분인 폴리페놀의 타닌질은 양주의 숙성과정에서 색과 맛을 바꾸어 놓는 신비스러운 마법을 발휘하기도 한다.

둘째, 참나무는 농가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표고버섯과 영지버섯은 참나무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버섯재배농가에서 참나무 원목 1㎥를 18만-24만 원 정도에 매수하고 있다. 목재공장에서 잣나무나 낙엽송을 1㎥에 10만-11만 원에, 리기다소나무를 6만-7만 원에 매수하는 것과 비교하면 2-3배나 높은 가격이다.

셋째, 참나무는 산림자원의 측면에서도 경제적·환경적 가치가 높은 나무이다. 다른 나무가 묘목을 심은 후 40-60년을 길러야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참나무는 벌채한 자리에서 나오는 움싹을 키우기 때문에 조림비가 절약됨은 물론 20년 정도만 키우면 버섯재배에 사용할 수 있어 자금회전이 빠르다. 환경적으로도 참나무림이 침엽수림보다 물을 머금는 능력이 높아서 사시사철 시냇물을 흐르게 하는 우수한 나무이다.

이와 같이 좋은 참나무의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일부에서는 참나무를 잡목으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어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나무의 가치도 알기 어렵듯이 참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참나무의 진가를 알고 참나무숲과 자연을 사랑하게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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