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했다. 손뼉 하나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혼자서는 일을 이루지 못하거나 맞서는 사람이 없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때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2006년 한국사회는 ‘노무현 정권’이라는 단 하나의 절대 가치가 홀로 일방적인 소리를 내고 있음으로 발생하는 숱한 갈등상황과 문제점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시작된 보수와 혁신과 같은 획일적 이분논법과 일방적인 주도는 건강한 보수세력마저 그 설 자리를 잃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중도세력의 분열까지 가져왔다.

우리가 여기서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은 노무현 정권이 개혁과 혁신에 대한 온 국민의 열망을 통해 탄생했으며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에서도 국민은 노무현 정권을 지지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면 개혁과 혁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로 보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세월 정치가들의 일방적인 이념주장과 소모적인 논쟁을 보다 생산적이고 역동적으로 돌파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다.

건국 초기 이승만 정권을 지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획일적인 이념주장과 상대방 주장을 무차별적으로 짓누르는 행태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이념논쟁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주길 원하는 국민의 바람이 그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논쟁거리를 주제로 삼아 스스로만 홀로 떠드는 식의 지금의 대화방식으로는 절대 그 바람을 이룰 수 없다. 개혁도 진정한 개혁으로 인정받으려면 다른 이념들의 검증을 통해야 한다. 그 개혁의 결과와 과정은 누군가 홀로 성스럽게 짊어지는 대상이 아닌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해야 나아갈 수 있는 지난하고 지루한 작업이며 이것은 결국 정치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균형과 중용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보수와 지역논쟁으로 적대시하는 국민들마저 결국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우리 국민이다. 물론 자유로운 논쟁의 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서로의 이야기를 상호간 신뢰를 가지고 경청함은 물론 단순한 논쟁차원을 넘어서기 위해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정책들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평생 숙원으로 생각하면서도 화해시키지 못한 지역갈등마저 이와 같은 이념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단순히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만으로 이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각 지역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이념들과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각 정책들을 어떻게 하면 잘 조율해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정부와 정권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일방향 통신이 아닌 쌍방향 통신이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변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2007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지역과 계층을 초월할 수 있는 시대적 아젠다인 ‘실사구시적인 실용주의 정치’라는 화두를 정치권에 제시한다. 이러한 명제로 우리는 동서화합을 위한 권력구조개편이나 21세기 국가간의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국가체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질서가 그 스스로의 공상적인 한계를 넘어 실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정책대연합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현실인식 없는 이념논쟁은 이제 저 시대가 저버린 냉전 속으로 버리고 이념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건강하고 진정한 의미의 실사구시형 한국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장성호<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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