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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와 바다이야기

2006-09-04기사 편집 2006-09-03 16: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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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역 앞에는 횟집들이 즐비했다. 바다이야기 파문 직전에 그게 회집이 아니라 성인 PC방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최근 그 성인 PC방이 사실은 사행성 게임이다.

일본의 파친코처럼 서민들의 돈주머리를 턴 도박판에 가까웠다니 세상 물정에 헤아리려는 필자의 입장에서 ‘허허 참~’ 소리가 나올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PC방이니까 음란물을 주로 이용하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막힌 것은 서울 영등포 로타리 근처의 횟집간판이 해상왕 장보고라든지 광개토대왕 같은 거창한 이름들이어서 순진하게도 사업주의 꿈이 야무진 줄 알았지, 그게 온통 서민주머니를 노리는 ‘탐욕의 아가리’인줄은 몰랐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동네에서 아무개집 아들이 PC방을 개업해서 한 달에 몇 천만원의 수입을 올리자 인근의 몇 사람들이 PC방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는데, 그 경우 최첨단 시설을 갖춘 게임사업 수준이었지 이번과 같은 바다이야기 류의 교묘한 사행성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그동안 간간이 이런 곳에서 게임중독자들의 사망사고가 일어났고 흡연 등 공중위생의문제가 있으므로 관련 법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필자로서는 바다이야기 파문은 정말 뜻밖의 사태였고, 정부와 업자들, 권력주변 인사들의 부패고리가 보인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있다. 정부와 사정당국이 각종의 투서와 업계 현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 왜 그동안 방치해 왔느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의 문제에 결정적인 하자만 없으면 괜찮다는 식의 태도라면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다 상품권 업체 지정과 같은 특혜를 주는 절차와 결과가 모두 상식 이하의 것인데, 왜 이 사실을 정책실패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만 것일까?

또 게임산업의 발전 대책과 사행성, 특히 일반서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의 문제는 처음부터 분명한 원칙이 전제되는 것인데 이를 허용하고 조장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정도의 사안이라면 실무자 선에서 진행된 것도 아닐 것이고, 정부 고위당국자들 말대로 권력실세들의 개입이 없이 이뤄졌다면 그것도 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30조에 달하는 자금이 몰려있고, 서민들의 돈을 터는 사업에 서민의 정부를 자처하는 정부가 일개 실무자급과 업체의 결탁으로 이토록 방치했다면 국정운영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과거 정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국정을 엉망으로 만든 사례는 많이 있다. YS정부에서 종금사(綜金社) 허가를 권력실세들이 개입해 남발하면서 금리가 싼 외국자금을 마구잡이로 유치하여 인플레와 거품이 심각해졌고, 마침내 외환위기를 초래한 통로가 되고 말았다. DJ정부 때의 IT산업 활성화와 벤처산업 육성을 내걸면서 추진된 벤처드라이브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는지 모른다. 그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런 사건밖에 없다는 게 아니다. 겉으로 내거는 구호는 거창한데 그 내용을 떠들어보면 엉뚱한 자들이 둥지를 틀고 국민들의 혈세를 빼돌리고 있는 것이다. 농촌, 환경, 실업, 복지, 어디 한 곳도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한 사업이 없다. 실상이 그렇다면 국회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이번 사태는 그런 유형의 사건과는 차이가 있지만, 게임산업발전과 100% 무관한 사행성 도박판을 참여정부가 장려하고 서민들의 피해가 수십조에 달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운영의 실력이 있는 지부터 점검해보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전보건복지부장관.한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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